페르디낭 드 소쉬르, [일반언어학강의], 김현권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제3부 통시언어학
통시언어학은 한 언어 상태에 공존하는 언어 사항들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상에서 서로 대치되는 연속적 언어 사항들 사이의 관계를 연구합니다. - 285
사실상 절대적으로 불변하는 것이란 없습니다. 언어의 모든 부분은 변화합니다. 그리고 각 시기마다 거기에 대응하는 다소 중요한 언어 진화가 있습니다. 언어 진화의 속도와 강도는 변할 수 있지만, 언어 진화의 원리 자체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언어의 강물은 쉬지 않고 흘러갑니다. 그 흐름이 잔잔한지 급한지는 이차적 문제입니다. - 285
유추는 어떤 모델과 이 모델의 규칙적 모방을 전제로 합니다. 유추 형태는 일정한 규칙에 의해 하나 또는 다수의 다른 형태의 모습에 따라 만들어진 형태입니다. - 328
앞의 4장 전체는, 유추는 단독으로는 언어 진화의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형태가 옛 형태를 이처럼 끊임없이 대치하는 것이 언어 변화의 가장 현저한 한 가지 모습이라는 것은 정녕 사실입니다. 새로운 창조형이 결정적으로 확립되고, 경쟁형을 제거할 때마다 틀림없이 창조된 것과 폐기된 것이 정말 공존하며, 이러한 이유로 유추는 언어 진화 이론 가운데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 345, 346
유추는 개별어의 건축 구조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모든 세력의 유능한 협력자 - 350
프랑스어 문장이 구성되는 실체를 생각해 보면, 프랑스어의 5분의4는 인도유럽어이지만, 유추에 의한 변화 없이 조어(祖語)에서 현대 프랑스어까지 전래된 전체 단어...는 단 한 쪽 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단어들은 더욱 오랜 옛 형태에서 추출된 음성 요소가 여러 방식으로 새로이 결합한 결합체입니다. - 351
그러나 유추는 순수히 보존의 요인으로도 광범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유추는 기존의 소재들이 새로운 단위에 분포되는 때뿐만 아니라, 형태 자체가 그대로 남는 때에도 역시 개입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351
유추가 전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 유일한 형태는 고립 단어로, 예컨대 고유 명사, 특히 장소 명사...입니다. - 353
그리하여 언어 형식의 보존은 정확히 상반되는 두 가지 원인에 기인합니다. 즉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가, 또는 체계-이 체계의 본질적 부분은 손상 없이 그대로 남아서 늘 이 형태를 보호해 줍니다-의 틀에 끼여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 353
단어가 형태 변화 없이도 새롭게 해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독일어 durchbläuen(사정없이 때리다)은 어원상으로 bliuwan(매질하다)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구타로 인해 생기는 ‘퍼런 멍’ 때문이 이것을 blau와 관련짓습니다. - 356
사람들이 단어에서 자신 아는 것으로 생각하는 요소에 단어를 끼워 맞추기 위해서 단어를 왜곡 - 357
교착은 둘 또는 다수의 언어 사항이 원래는 분명 별개의 사항이었지만 문장에서 서로 빈번히 통합체를 형성하면서 접합되어 분석이 어렵거나 완전히 한 단위로 융합된 현상입니다. - 360
프랑스어에서 처음에는 ce ci가 단어로 사용되었지만, 그 후 ceci가 되었습니다. 즉 질료와 구성 요소들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새 단어가 된 것입니다. - 360, 361
이 요소들은 언어라는 무대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으로 인해 시기에 따라 다르게 분포됩니다. 그 결과로 이 요소들은 오히려 다음 그림에 대응할 것입니다.
이는 앞에서 음성 진화, 유추, 교착 등의 결과에 대해 논의한 모든 사실로부터 비롯됩니다. - 367
하여튼 언어 단위의 개념은 두 측면으로, 즉 정태적 측면과 진화적 측면에서 연구하지 않는 이상 완전히 규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통시적 단위 문제를 해결해야만 언어 진화 현상의 겉모습을 넘어서 그 본질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시태처럼 여기서도 단위에 대한 인식이 착각으로 생긴 것과 실체적인 것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필요 불가결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주 까다로운 또 다른 문제는 통시적 동일성의 문제입니다. 사실상 언어 단위가 그대로 동일하게 지속되었다고 말하거나 별개의 단위로 그대로 지속되면서도 형태나 의미가 변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왜냐하면 이 모든 경우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시대에 취한 요소, 예컨대 프랑스어 chaud가 다른 시대에 취한 요소, 즉 라틴어 caldium과 동일한 것이라고 단언하려면 무엇에 근거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 370
모든 동족 단어들에 공통되면서 분석 불가능한 이 요소를 어근이라고 부릅니다...어근은 모든 동족 단어에 공통된 의미가 최고로 추상화되고 일반화된 요소입니다. - 378, 379
어떤 개별어의 어근은 명확한 특성이 있어서, 화자는 이 어근에 주목을 합니다. 이는 독일어의 경우인데, 독일어의 어근은 꽤 통일된 모습을 지닙니다. 즉 어근은 거의 언제나 단음절(streit-, bind-, haft- 등 참조)이어서 몇 가지 구조적 규칙을 따릅니다. 그래서 이 어근에서 음소들은 특정한 순서로는 출현하지 않습니다. ‘폐쇄음+유음’ 같은 자음 결합체는 어근의 끝 위치에는 올 수 없습니다. 예컨대 werk-는 가능하나 wekr-는 불가능합니다. - 380
어원학은 단어를 설명해 주는 사실을 찾을 때까지 단어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단어의 기원에 대해 얘기하거나 이 단어가 다른 단어로부터 유래했다고 말할 때, 이는 몇 가지 다른 사실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sel은 라틴어 sal에서 단지 음성이 변화해서 유래했다든가, labourer(땅을 경작하다)는 고대 프랑스어 labourer(일반적으로 일하다)에서 단지 의미만 변화해서 유래했다든가, couver는 라틴어 cubare(자리에 누워있다)에서 음성과 의미가 변화해서 유래했다든가, pommier가 pomme에서 유래했다고 할 경우, 문법적 파생관계를 지적한다든가 하는 것입니다. 첫 세 경우는 통시적 동일성을 다루는 것이고, 넷째 것은 몇몇 상이한 사항들의 공시적 관계에 근거합니다. - 385
어원학은 무엇보다도 단어와 다른 단어의 관계를 연구함으로써 이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설명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항들로 환원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언어학에서 한 단어를 설명한다는 것은 이를 다른 단어들로 환원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386
제4부 지리언어학
‘개별어’라는 용어는 언어가 한 공동체가 지닌 고유한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을 아주 정확히 가리키고 있습니다...이것은 올바른 개념이지만, 더 나아가서 언어를 한 민족의 속성이 아니라, 마치 피부색이나 두개골의 모양처럼 인종의 속성으로 간주하려고 한다면 그릇된 생각이 됩니다.
또한 각 민족은 자신의 개별어가 우월한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도 첨언합시다. - 392
결국 고대의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단일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예외적 존재였다는 점을 거의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언어 중첩은 대부분의 경우 더욱 강력한 민족이 침략하면서 생겨났습니다. 그렇지만 또한 식민 지배와 평화로운 침입도 있었으며, 민족 이동과 함께 자신들의 언어도 함께 이동시킨 유목민의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헝가리에 밀집 촌락을 형성하고 정착한 집시들이 그러했습니다. 이들의 언어 연구를 통해서, 알 수 없는 어느 옛 시기에 이들이 분명 인도로부터 이주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399
‘문학어’는 단지 문학에 사용되는 언어뿐만 아니라 더 일반적인 의미에서 한 공동체 전체에 사용되는 공용어든 아니든 모든 종류의 교양 언어를 의미합니다. 언어는 그대로 내버려 두면, 서로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방언만을 갖게 되면, 그리하여 세분화 과정을 끝없이 겪게 됩니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하면서 의사소통이 증대되기 때문에, 일종의 묵계에 의해 기존 방언 중의 한 방언을 선택해서 국민 전체가 사용하는 소통의 매개물로 삼게 됩니다. - 400
언어의 지리적, 절대적 다양성은 순전히 사변적인 문제를 제기합니다. 반대로 친족 관계에서 볼 수 있는 언어의 다양성은 관찰의 현장으로 들어가게 하며, 이를 통해서 언어의 통일성으로 귀착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프랑스어와 프로방스어는 다 같이 민중 라틴어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골지방의 북부와 남부의 진화 과정을 서로 달랐던 것입니다. 이 두 언어의 공통 기원은 구체성을 지닌 언어 사실에서 유래합니다. - 403
언어는 이 영토의 전 지역에서 동일하게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에 따라 각각 다르게 변동될 것입니다. 한 언어가 전체 사용 지역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은 확인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언어 변화의 실체를 나타내는 도식은 이 그림
- 408
우리가 전제했던 이상적 조건에서 방언 사이의 경계를 설정할 수 없듯이, 친족 관계가 있는 언어 사이의 경계는 더욱 설정할 수 없습니다. 영토의 크기는 이와 무관합니다. 어디에서 고지 독일어가 끝나고 어디부터 저지 독일어가 시작되는지를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독일어와 네덜란드어,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사이에 경계선을 긋기란 역시 불가능합니다. - 417
제5부 회고언어학의 문제, 결론
언어 비교는 기계적인 조작이 아닙니다. 그것은 설명을 제공하는 모든 언어 자료를 비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비교는 언제나 공식으로 표현되고, 이전 시기의 무엇인가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추론을 얻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모든 언어 비교는 언제나 형태의 재구로 결국 귀착될 것입니다. - 450
재구의 목적은 형태 자체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이는 더욱이 아주 우스꽝스러운 일이 되지요-시기마다 얻을 수 있었던 결과에 따라서 옳다고 생각하는 결론 전체를 결정화結晶化하고 응축하는 일입니다. - 452
혈족 관계와 언어의 공통성과는 필연적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며, 따라서 어느 한 가지 사실에 기초해서 다른 사실을 결론 지을 수 없습니다. - 458
어떠한 언어 특징도 항구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우연히 영속될 수 있을 뿐입니다. - 472
우리는 원형의 어떤 특징이 파생 언어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반대도 역시 사실입니다. 한 어족에서 유래하는 모든 대표 언어가 지닌 공통 특징이 오히려 원시 개별어에서는 이질적인 것임을 확인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 473
일반적으로 시간이 만든 모든 것은 시간이 해체할 수도 있고, 변형시킬 수도 있는 것입니다. - 477
언어학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대상은 그 자체로서, 그 자체를 위해 고찰된 언어라는 것입니다. -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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