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계급과 국가가 무언가를 조사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그들이 조사라는 것 자체를 즐기지는 않을테고...
조선 말기의 봉건적 토지소유관계에서는 농민이 토지를 현실적으로 점유하고 있었고, 수조권자(왕조에서 수조권을 수여받은 자)는 다만 농민에게 일정한 공납(오늘날의 소작료)을 받을 권리를 가졌음에 불과 했다. 그러므로 이것을 근대자본주의적 사유관념으로 보면 누가 토지의 ‘소유자’인지 분명치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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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을 착취하기 위해 일본제국주의자가 토지에 자본을 투하하려고 해도 토지사유제도가 확립되어 토지의 자유매매와 저당 같은 것이 제도상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려웠고, 또 미곡이나 그 외 생산원료를 일본으로 수출하려고 해도 생산물 판매의 자유, 토지의 개량과 이용의 자유, 생산에 대한 봉건적 제한․속박으로부터의 해방, 요컨대 자유로운 토지소유가 필요했다. 뿐만 아니라 조세수입의 중심이 되었던 지세수입을 확보하려면 지세납부 의무자를 토지소유권자로 해야겠는데, 그렇게 하자면 토지소유권이 명확히 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모든 이유로 토지사유권을 확립하기 위한 ‘토지조사사업’이 필요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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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토지소유권의 결정은 ‘신고주의’에 의한 것이어서 물정 모르는 농민들이 허둥지둥하는 동안, 소수의 수조권자와 부농들은 모든 간활한 수단을 다해 사유토지를 취득․확장하였다. 그 반면 그때까지 현실적인 토지점유자며 경작자였던 수많은 농민들은 토지점유권을 상실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대로 그 점유지를 경작하던 경작권의 보증까지도 잃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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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주의는 조선농민을 강력하게 착취하고 토지를 일본인과 지주의 수중에 집중시키고 토착지주를 일본제국주의 편으로 끌여들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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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조사사업은 농민을 토지에서 대량으로 몰아내는 사업이었다. 농민들은 새로 생긴 지주에게 적잖은 토지를 횡탈당했을 뿐 아니라, 1911년 6월에 발포된 삼림령에 의해 종전 그들이 자유로이 공동 이용했던 임야까지도 이제는 어떤 개인의 사유 혹은 국유로 분할되어 농민들에게 큰 고통거리가 되었다.
- 이기수, '경제사', 전석담. 박극채 외, <조선경제사탐구> 가운데
조선의 토지조사사업에 있어서는 구래의 수조권자가 그대로 근대적 토지사유권자가 되었다. 이리하여 여지껏 현실적 토지점유자며 경작자던 수백만의 농민은 토지점유권을 상실하고, 계약에 의해 지주와 경작관계를 맺은 소작농민으로 전락하였다. 지금까지 국가에 직접 납부하는 농민 중에도 그 토지가 국유지로 편입된 결과, 당연히 자작농이 되어야 할 농민도 소작인이 되고 말았다. 그뿐 아니라 소유지 조사에 있어서 신고주의를 채용한 까닭에 소정절차를 밟지 못한 다수의 농민은 모두 그 토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또 공동소유를 인정치 않는 까닭에 대부분의 리里․동洞․문중門中․종중宗中 등의 소유지는 모두 면유面有 또는 국유國有로 편입되고 말았다. 따라서 소수의 수조권자가 토지를 취득하고 반면에 대다수의 농민은 토지로부터 분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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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조사사업의 완료와 함께 농정의 기초가 된다고 할 수 있는 지세제도도 근본적으로 개정되었다...개정된 지세령은 토지대장 또는 지세대장에 등록된 지가를 기준으로 하여 지세를 부과할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 김한주, '농정사', 전석담. 박극채 외, <조선경제사탐구> 가운데
토지조사사업을 실시한 목적은 한국을 그들의 식량․원료 공급기지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서 봉건적 토지소유와 착취관계를 법적으로 공공화하는 동시에 지주를 식민지통치의 사회적 기반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 강동진, <일본근대사> 가운데
토지조사사업의 또 하나의 목적이었던 지세부과를 확대하기 위한 도대구축에 있어서도 과세지총면적의 증가를 보게 되었던 것이다...과세지총면적은 424만 9,000여 정보로 되어 종래의 과세지 총면적 286만 7,000여 정보에 비해 46% 증가하였다.
이것에 기초하여 일제는 조선에서의 식민지재정체계의 확립을 위한 지세령을 공포․실시하여 그것으로 재정의 원천을 확대하고 견고하게 하였다. -
- 전석담, 최윤규, 이기수, 김한주, <조선근대 사회 경제사>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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