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각樓閣과 정자亭子에서 한가롭게 즐기는 경관 또한 성읍城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이첨이 강화의 이섭정에 기문을 지어 말했다....심기가 번잡하고 생각이 혼란스러우며 시야가 막히고 뜻이 정체停滯한 때를 당하면 군자는 반드시 노닐고 휴식할 대상물과 높고 상쾌하게 할 수 있는 설비가 있어서 그곳 주위를 바라 보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며 정신을 평정平靜하고 시원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한 뒤라야 번잡한 것은 간소해지고 혼란했던 것은 진정되며 막힌 것은 트이고 막힌 것은 통하게 된다.
- 정약용, <목민심서> 가운데
1. 누각과 정자 짓는 데 필요한 나무며 돌이며 돈은 누가 낼 것이며
2. 누각과 정자 짓는 데 일은 누가 할 것이며
3. 누각과 정자를 짓고 나면 누가 여기서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할 것인가
a. 나무며 돌이며 돈을 내는 것도 백성이요
b. 누각과 정자를 짓느라 힘써 일하는 것도 백성인데
c. 돈내고 일한 사람은 올라갈 수도 없고, 돈내지도 일하지도 않는 양반이니 선비니 수령이니 하는 자들만 누각과 정자에서 놀 것이 아닌가
d. 지배자들이 한가로이 노닐며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백성들은 두들겨 맞거나 그나마 가진 것이라도 빼앗길까 두려워 억지로 일을 해야 할 것이고
e. 지배자들이 막힌 생각을 트이게 해서 얻는 것이란 결국 백성들을 더 수탈하고 억누를 방법이 아닌가
f. 양반들은 누각과 정자에서 딩가딩가 노니는 동안 백성들은 자식들을 끌어안고 배고픔을 참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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