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

영화 <한공주>는 일명 '밀양 여중생 성폭력 사건'을 배경으로 합니다.

44명의 남성들이 1년 동안 피해 여성에게 성폭력, 고문 등을 가한 사건이지요.

영화 속 피해자인 한공주를 괴롭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불안입니다

노래 잘하는 한공주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친구들에게 한공주가 불같이 화를 냅니다

그런 한공주를 친구들은 이해할 수 없어 다투게 되지요

친구들은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반응입니다

남들 같으면 좋아하고 고맙다고 할 일인데 말입니다

한공주는 지금 성폭력 피해 이후 살던 곳을 떠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한 상태입니다

가해자들과 가해자들의 부모들을 피해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자신의 모습이 올라가면 또다시 가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이 인터넷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불같이 화를 낸 거지요

불안이 몰아쳤던 겁니다

아직 피해를 받은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인터넷에 자신의 얼굴이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불안이 일어납니다

인터넷에 얼굴이 올라가면 가해자와 가해자들의 부모들이 그것을 볼 것이고

그러면 나에게 다시 찾아올 것이고...

특정한 소리 하나에도

누구가의 말한마디에도

상대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도

불안은 계속됩니다

자신이 겪었던 피해와 관련된 무언가가 마음에 떠오르면 곧바로 불안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이상하고 그냥 신경질적인 사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아픔과 상처를 안고 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사람입니다

아픔과 상처가 없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사람이구요

누군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어떤 상처와 불안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그 사람을 이해하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