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슬픔도 마찬가지로 자아가 느끼는 슬픔이다. 즉 그 슬픔은 ‘나’와 관련된 슬픔, ‘내’가 어떻게 되었다는 슬픔이다. 그런 점에서 자아의 슬픔은 기본적으로 정체성 훼손에 따른 슬픔이다. 자아란 기본적으로 여러겹의 아이덴티티들, 즉 정체성들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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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가 정체성 추락을 슬퍼하는 것은, 그동안 누렸던 정체성의 향유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정체성의 향유는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의 향유를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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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란 자신이 동일시한 변별적 위치들의 집합이다. 그 위치들은 모두 “나는 x가 아니라 y"라는 비교에 입각한다. x는 무의식적 경멸의 대상이고, y는 욕망의 대상이다. 향유되는 것은, 자신이 그처럼 욕망의 대상이 되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관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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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비교는 언제나 자기중심적이고, 그래서 그 비교는 라깡이 말했듯이 상상적 질서 속에서 이상적 자아를 구성하는 것이다. 자아는 종종 이 비교에, 그러므로 정체성에, 자신의 모든 걸 건다. 우리가 분노하고 투쟁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정체성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자아가 정체성을 향유하는 것은 이처럼 정체성에 대해 애착하기 때문이다. 즉 향유가 애착을 낳고, 애착은 향유를 강화한다.
- 글 출처 : 이종영, <영혼의 슬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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