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제7감을 결여한 지도자가 집단의 양심을 훨씬 더 깊은 최면에 빠뜨려 재앙을 배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보여준다. 그런 지도자는 두려움에 기초한 선전을 이용하여 파괴적인 이데올로기를 증폭함으로써, 겁먹은 사회성원들로 하여금 ‘그것들’이 마치 그들 자신과 심지어 인류 전체의 풍요로운 삶을 가로막는 유일한 장애물인 양, 그리고 그 충돌이 마친 선과 악 사이의 서사시적인 전투인 양 여기도록 만들 수 있다. 일단 이런 믿음이 확산되고 나면, 동정이나 양심 없이 ‘그것들’을 짓뭉개는 일은 지도자에게 부여되는 당연한 권한쯤으로 여겨진다.
이 두 번째 유형의 지도자가 역사적으로 계속 다시 출현한다는 사실은 좀처럼 대답하기 힘든 많은 질문들을 제기한다. 인간 종족은 왜 마치 무의식적으로 똑같은 짓을 되풀이하는 사람처럼 이 슬픈 줄거리를 자꾸 다시 받아들이는가? 우리는 왜 이기심이나 과거의 심리적인 문제들에 얽매인 지도자들이 원통함과 정치적 위기를 부추겨 무장 대치와 전쟁으로 몰아가도록 계속 내버려두는가?
우리들 개인의 양심은 대체 어찌되는가? 우리는 왜 우리가 느끼는 바를 지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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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들’을 대상화하는 것보다 더욱 강력하고 기본적이며, 무력감이나 두려움 보다 더욱 비참하고 정복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아주 간단히 말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양심마저도 거스르며 권위에 복종하게끔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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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밀그램...그는 자신의 조사 방법에 관해 이렇게 썼다. “모든 도덕원칙 가운데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원칙은, 자신에게 해롭거나 위협적이지 않은 무력한 사람에게 고통을 야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원칙을 복종과 대립하는 맞상대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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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연구의 결과가 여러 차례 똑같이 되풀이되자, 밀그램은 마침내 이렇게 선언했다. “상당 비율의 사람들이 지시받은 대로 행동한다. 그 명령이 어떤 합당한 권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한, 행동의 내용도 무관하고 양심의 제약도 없다.” 밀그램은 권위가 양심을 잠재울 수 있다고 믿었다. 복종적인 사람은 “생각의 조정”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자기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지 않게 된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였다. 그의 머릿속에서, 이제 자신은 더 이상 도덕적으로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책임과 판단을 통제하는 외부 권위의 대리인일 뿐이다. 이런 “생각의 조정”은 양호한 리더십이 질서와 통제를 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동일한 심리기제에 의해 지금껏 이기적이고 악의적이고 소시오패스적인 ‘권위들’을 수없이 여러 차례 떠받들어왔다.
1980년 광주항쟁 당시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는 대한민국 군인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서는 놀라운 일이지만, 사실 개인의 양심은 살인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확고한 선을 긋는다. 정상인들의 경우에는 전쟁터에서까지도 이러한 양심이 계속해서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에, 군심리학자들은 그와 관련한 방법들을 고안할 필요가 있었다. 예컨대 군 전문가들은 이제 어떤 의무로든 군인들에게 살인을 시키려면 부대와 함께하는 권위자들에게서 명령이 내려져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전장의 군인들은 양심의 이 가장 강력한 금지령을 어기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조준하거나 아예 총을 쏘지 않음으로써 살인 명령을 따르지 않고 “속이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베트남전쟁...그 전쟁이 시작될 무렵에 미국인들은 오직 자신들만이 미래의 폭력과 노예화로부터 남베트남 국민들을 구해낼 수 있다는 확언을 여러 번 들었다. 현대에 이르러 우리의 거실 안으로 전달된 전시 지도자들의 연설은 언제 이렇듯 절대적으로 필요한 임무, 살인을 정당화하는 고귀한 소명에 기초하여 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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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은 속을 수 있으며 낯선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라면 대체로 속임수가 필요하다.
심리학이 비(非)살인자를 살인자로 만드는 기법을 군대에 제공한다는 것, 그리고 군대가 이런 방법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기운 빠지는 소식이다. 그러나 그 나쁜 소식의 이면에는 함흑의 바다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한 조각 희망이 있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 자신을 타고난 살인기계로 여겨왔지만, 이제는 인간이 결코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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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핵심이 살인이기 때문에, 전쟁은 양심과 권위가 겨루는 최고의 경연장이다. 우리의 제7감은 생명을 빼앗지 말라고 요구하는데, 권위가 양심의 결정을 뒤엎어 전투에서 살인을 저지른 경우에 그 즉시, 그리고 남은 평생 동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더불어 외상적 기억으로 인한 우울증, 약물중독, 궤양, 심장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와 달리,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아도 되는 임무를 맡은 군인들은 군복무 내내 고국에 머무르는 군인들만큼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글 출처 : 마사 스타우트,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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