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그로스먼, <살인의 심리학>, 플래닛, 2011
서문
나는 언젠가 아메리카 집시 집안에서 자란 여성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이 여성은 삼촌과 이모, 조부모, 부모, 사촌 형제자매들과 커다란 텐트 하나에서 같이 잠을 잤다. 어린 시절에 그녀가 생각하는 섹스는 어른들이 밤에 하는 우습고, 시끄럽고, 다소 성가신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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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성적 기준으로 보면 이러한 상호아이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선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가 일어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온 가족이 암묵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한 그것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오래된 생활 방식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은, 딱히 장점이라고 말하기도 뭣하지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성 행위가 항상 겉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이것이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서 핵심적인 한 부분을 차지하며 아주 신비로운 일로 이해되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 18, 19
그들이 나에게 털어놓은 고백은 대부분 과거에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카운슬러로서, 나는 외상이 될 만한 경험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 두기만 할 때 그것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르침을 받아 왔고, 또한 그것이 인간 본성의 기본적인 진실이라고 믿어 왔다. 누군가에게 내적인 갈등을 털어놓으면 그것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기지만, 갈등을 마음속에만 담아 두면 언젠가 내 심리학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표현했듯이, “안에서부터 곪아 터져 죽게 된다” 더구나 이러한 정서적 종기를 짜내면서 일어나는 카타르시스에는 엄청난 치료 효과가 있다. 카운슬링의 본질은 고통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고통을 줄이는 것이고, 연구를 진행하면서 나는 많은 고통을 나누어 가졌다. - 26, 27
살해라는 주제는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다루게 될 몇몇 주제나 분야는 혐오감과 불쾌감을 일으킬 것이다. 이들은 차라리 등을 돌리고 싶은 것들이지만,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그것이 지닌 공포의 요소가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은 헛된 일이고, 나아가 더 큰 이익에도 반하는 일이다”라고 경고했다. 나치 강제수용소에 수용되었다가 살아남은 브루노 베텔하임은 우리가 폭력을 제어하지 못했던 근본적 원인을 폭력을 바라보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때때로 “폭력의 어두운 아름다움”에 매료될 때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해하고 통제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공격성을 비난하고 억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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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표는 전투 살해의 심리적 본질을 이해하고, 국가의 부름에 응해 살해를 저질렀던 자들, 혹은 살해하지 않음으로써 대가를 치르기로 선택한 자들의 정서적 상처와 흉터를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혐오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고 이해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사람들이 왜 싸우고 죽이는지를 말이다. 과거에 우리는 이를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또한 왜 싸우지 않고 죽이기를 거부하는지를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인간 행동의 이 궁극적이고 파괴적인 측면을 이해해야, 우리는 인류 문명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방식 속에서 그것에 영향을 미칠 희망을 품을 수 있다. - 30, 31
앨런 콜과 크리스 번치는 “방아쇠를 당기는 자는 결코 희생당한 사람만큼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썼다. 살해자가 느끼는 고통의 핵심은 그의 영혼 속에서 영원히 메아리치는 피해자의 고통과 죽임이다. - 30
1부
살해와 거부감의 존재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미 육군 준장 마셜은 일반 군인들에게 전투 중에 그들이 한 일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접전이 벌어지는 동안 사선에 선 100명의 병사들 가운데 오직 15명에서 20명의 병사들만이 “자신이 지닌 무기를 사용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투가 하루 동안 벌어지든, 혹은 이틀이나 사흘씩 이어지든” 이 비율에는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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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러 역사학자들과 팀을 이루어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유럽과 태평양에서 전투에 참여한 400개가 넘는 보병중대에서 선발한 수천 명의 군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개별 면접과 집단 면접에 기초해 있었다. 그리고 면접은 그들이 독일군 및 일본군과 근접 전투를 벌인 바로 직후에 실시되었다. 결과는 일관되게 똑같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 소총수들 가운데 15에서 20퍼센트만이 적군에게 총을 쐈을 거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총을 쏘지 않은 병사들이 도망치거나 숨은 것은 아니었지만(많은 경우 이들은 동류를 구출하고, 탄약을 확보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커다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 했다) 이들은 일본군이 반복해서 만세 돌격을 감행할 때조차 적군을 향해 자신들이 지닌 무기를 발사하려 하지 않았다.
문제는 왜 그랬느냐이다. 왜 이 사람들은 총을 쏘지 못했는가? 이러한 문제를 검토하고 역사학자, 심리학자, 군인의 관점에서 전투 중에 벌어지는 살해 과정을 연구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전투 중 살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중대한 요소가 하나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요소는 앞서의 물음뿐 아니라 많은 것에 대해 말해 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놓친 요소는 아주 단순하고 쉽게 입증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인간을 죽이는 데 아주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그 거부감은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전장의 병사들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되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 36, 37
아르당 듀피크는 병사들이 적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허공에 대고 발포하는 경향이 있음을 최초로 규명한 인물들 가운데 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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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860년대에 프랑스 장교들에게 질문지를 배부했다. 듀피프가 배부한 질문지에 대한 답변에서 한 장교는 “많은 병사들이 원거리에서 허공에 대고 총을 쐈다”고 상당히 솔직하게 진술했다. 또 다른 장교 하나는 “우리 편 병사들의 상당수가 겨냥도 하지 않은 채 허공에 대고 총을 쐈으며, 그들은 이 급박한 순간에 총 쏘기에 취해 모든 걸 잊어버리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자신의 목격담을 털어놓았다. - 45
살해 잠재력과 이러한 부대들의 살해 능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군인에게 있었다. 분명한 점은 군인들 대다수가 표적 대신 살아 숨 쉬는 적과 마주하게 되면 대치 상태로 전환해 적의 머리 위로 총을 쏜다는 것이다. - 47
조지 루펠 중위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 소대를 지휘하면서 유사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병사들이 허공에 대고 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칼을 뽑아 들고 참호로 내려가 “병사들의 엉덩이를 두들겨 주의를 환기시킨 다음 총구를 낮추라고 다그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 48
원시 부족민들이 전시에 싸우기보다는 노골적일 정도로 대치에 더 치중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리처드 게이브리얼은 뉴기니의 원시 부족은 사냥할 때에는 훌륭한 궁술을 발휘하지만, 전쟁터에 나가서는 깃털을 떼어낸 부정확하고 쓸모없는 화살로 싸웠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인디언은 적을 죽이는 것보다 적 앞에서 용감한 행동을 취함으로써 적의 기를 누르는 행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 48, 49
의도적인 오조준을 보여 주는 최고의 사례들 가운데 하나는 바로 내 할아버지 존의 경우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할아버지는 총살 부대에 배속되었다. 참전했던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총살 부대에 있는 동안에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했다. 할아버지는 구령이 “준비, 조준, 발사”로 이어지고, “조준” 구령이 떨어질 때 자신이 죄수를 조준하면, “발사”라는 구령에 맞춰 자신이 조준하고 있던 목표물을 맞히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대응 방식은 “조준” 구령이 내려질 때 죄수에서 총구를 약간 빗나가게 겨냥한 다음, “발사” 구령이 떨어지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었다. - 50, 51
오늘날, 우리는 군인들이 미리 주어진 지침대로 조건 반사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만드는 훈련의 엄청난 힘을 이해하고 있다. J. 글렌 그레이는 자신의 책 <전사들>에서, 군인들은 “정신이 무뎌진 멍한 상태에 들어서더라도 여전히 ”조건 반사적으로 그들에게 기대되는 행동을 취하면서 군대라는 유기체의 세포들처럼 기능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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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매스터가 쓴 <만달레이 너머 길>...총탄이 사수의 머리와 목에 명중해 사수는 즉사했다...그는 오른쪽으로 몸을 굴려 기관총에서 비켜난 다음, 죽어 가면서 왼손을 들어 부사수의 어깨를 두드려 총을 인계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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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수는 자신이 죽더라도 생명줄과도 같은 자신의 무기가 무인지경에 놓이지 않도록 “인계‘ 신호를 반복 훈련받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수가 ”인계“ 신호를 보냈다는 것은 훈련을 통해 습득한 조건 반사가 얼마나 강력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것은 총알에 뇌를 관통당한 병사가 죽어 가면서도 의식적인 사고 없이 마지막 행동으로 인계 신호를 보내게 만들 정도다.
그윈 다이어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으며 이렇게 말한다. “거의 파블로프적인 의미에서의 조건 형성Conditioning이라는 말이 훈련Training이라는 말보다 더 적합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 병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고가 아니라 전투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완전히 자동적으로 자기 소총을 장전하고 쏘는......능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 형성은 “정확한 수행 여부에 늘 따라붙는 상벌”과 짝을 이룬 “말 그대로 수천 시간 동안의 반복 훈련”을 통해 달성된다. - 57, 58
나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80에서 85퍼센트에 이르는 군인들이 적에게 총을 쏘지 못하게 막았던 요인이, 바로 여기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남북 전쟁의 병사들이 (훈련을 통해) 총을 쏘게 하려는 강력한 조건 형성을 이겨 냈다는 사실은 강력한 본능의 힘과 도덕적 의지라는 최종 심급이 미치는 영향력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 65, 66
무기는 기술적으로 뛰어났고, 거뜬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신체적 능력도 지니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 때 그들은 진심으로 자기 앞에 서 있는 인간을 죽이지 못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되었다. - 70
1933년 군에 입대했을 때, 메이터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였던 자기 삼촌에게 전투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물었다. “나는 삼촌의 가슴 속에 가장 깊게 각인되어 있는 기억이 ‘총을 쏘지 않으려 했던 징집병들’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삼촌은 그 일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자기들이 독일군 병사들을 쏘지 않으면, 독일군 병사들도 자기들을 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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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적을 죽이려는 열의의 결핍은 많은 군인들로 하여금 싸우기보다는 대치하고, 복종하고, 도망치도록 만든다. 이는 전장에 강력한 심리적 힘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71
제1차 세계대전에 군인으로 참전했던 마셜은 제2차 세계대전의 참전 용사들에게 전투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물었다. 자신도 전장에 있어 봤기에 그는 병사들의 심정을 잘 이해했다. 마셜은 “안전지대로 들어섰을 때 부대 전체를 감싸듯이 밀려 온 깊은 안도감이 잘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셜은 이러한 안도감이 “더 안전한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을 깨달아서가 아니라 당분간은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끼면서 생기게 된 것”이라고 믿었다. - 73
군인들이 전장에서 느끼게 되는 압박감을 심리학적, 사회학적 연구를 통해 이해하려고 하는 연구자들은, 평범한 병사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서라도 살해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대체로 무시해 왔다. 눈으로 다른 인간을 바라보고, 독립적으로 그를 죽이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련의 과정은 서로 결합하여 잠재적으로 전쟁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하며 원초적인 사건이 된다. - 74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인간의 성생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성관계가 무엇인지는 안다. 우리는 그것이 아기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성행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안다. 하지만 인간의 성생활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20세기의 많은 연구자들이 인간의 성생활을 연구하기 전까지, 우리는 정말로 성이 삶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수천년 동안 우리는 성을 진심으로 연구하지 않았고 또한 이해할 수 있다는 희망도 갖지 않았다. 성을 연구한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연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공평무사하게 관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성 연구를 특히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자아와 자존심의 너무나 큰 부분이 신화와 오해로 가득한 이 영역에 투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발기불능이나 불감증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 과연 이러한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알리고 다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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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00년 전에 한 연구자가 사회에서 아동 성학대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면, 그러한 발견은 어떤 취급을 받았을까? 이를 발견한 사람은 다른 아닌 프로이트였지만, 그는 단지 그런 일을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동료들과 사회 일반으로부터 자신의 직업적 전문성을 의심받아야 했다.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야, 우리 사회는 아동 성학대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문제화하기 시작했다. - 75, 76
노먼 에인절 경은 “호기심으로 가득한 인류의 지성사를 연구해 보면, 가장 단순하고 가장 중대한 문제들이 질문의 대상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한다. - 77
직업군인이 자기기만의 자욱한 안개 속을 직시하게 되면, 그리고 자신이 생을 던져 헌신하고자 했던 일을 할 수 없거나 혹은 거느리고 있는 병사들 가운데 다수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죽게 되는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면, 그의 삶은 거짓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럴 경우 그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힘을 쏟아 부어 자신의 나약함을 부인하려 할 것이다. 아니, 모든 군인은 자신의 실패나 휘하 병사들의 실패를 기록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영웅과 영광의 이야기들만이 기록으로 남겨지게 된다. 예외는 거의 없다.
이 영역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전투는 성관계가 그러하듯이 기대와 신화라는 짐을 잔뜩 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군인들이 근접전 상황에서 적군을 죽이지 않으려 한다는 생각을 우리가 믿고 싶어 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배치되고, 수천 년에 걸친 전사와 문화가 우리에게 말해 온 것과 배치된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들이 우리에게 전승해 준 지식은 과연 정확하고 오류가 없으며, 신뢰할 만한 것일까?
<군국주의의 역사A History of Militarism>에서 알프레드 바그츠는 군의 역사는 정신을 군사화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라고 폭로했다. 바그츠는 군의 역사는 지속적으로 “사회적 사실과는 큰 상관없이 개인이나 군대를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 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대부분의 군 역사는 군대의 권위를 지지할 목적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고, 비밀을 폭로하지 않으며, 군 내부의 약점과 망설임, 군기 위반 등으로 인한 배신을 막으려는 의도에서 기록되었다”고 말한다.
바그츠는 수천 년 동안 서로를 돕고 후원하며 상호 찬양과 지위 강화를 꾀했던 군대와 사학 기관의 관계를 묘사한다. 어느 정도까지 이는 전쟁에서 살인에 능했던 자들이 역사 속에서 권력에 이르는 길을 잘 헤쳐 나갔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최근의 역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역사에서 군 지도자와 정치가는 동일한 인물이었으며, 우리는 승리한 자가 역사를 기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78, 79
같은 인간을 죽이는 것에 대한 이러한 거부감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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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에 따르면, 개개인의 내면에서는 초자아(양심)와 이드(각자의 내면에 잠재적으로 도사리고 있는 파괴적이고 동물적인 충동) 사이에 끝임없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투쟁은 자아(자기)에 의해 중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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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을 떼래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의존하여 살며, 부분을 해하는 것은 전체를 해하는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어떤 힘이 각자의 내면에 존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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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는 이렇게 지적한다. “북베트남 병사들을 죽이면서 미군 병사들은 그들 자신의 일부를 죽였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진실을 회피하는 이유일 것이다. 살해에 대한 거부감의 규모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면, 이는 곧 인간을 향한 인간의 비인간성을 이해하는 길이 될 것이다. 글렌 그레이는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얻게 된 자신의 죄책감과 번민에 이끌려, 자신의 존재를 되물으며 이 문제를 숙고해 온 군인들이 겪은 고통의 이름으로 이렇게 외친다.
“나 또한 이러한 종에 속해 있다. 나는 내가 저지른 짓, 내 조국이 저지른 짓뿐 아니라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짓이 수치스럽다. 나는 한 인간이라는 것이 수치스럽다.”
그레이는 말한다. “이것은 군인이 자신의 양심에 거슬러 명령받은 대로 수행했던 어떤 행위를 전쟁 속에서 의문시하면서 시작된 열정적인 논리의 정점이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될 경우, 그때 “양심에 따라 행동하지 못했다는 의식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인간 종에 대한 지독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같은 인간을 죽이지 않기 위해 강력하게 저항하게 만드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이러한 힘의 본질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존재를 책임지고 있는 그 힘의 실체가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는 그 힘에 찬사를 보낼 수는 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을 자신의 본분으로 삼고 있는 군 지휘관들은 이러한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고통스러워할지 모르지만, 하나의 생물종으로서 우리는 인간의 내면에 이러한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 - 83, 85
국가는 ‘전쟁의 대가’를 관례상 전비, 생산력저하, 사상사 숫자 등으로 측정한다. 군사 기관이 인간 개인의 고통을 기준으로 전쟁의 대가를 측정하고자 시도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정신의 붕괴는 전쟁의 가장 커다란 대가로 남게 된다. - 리처드 게이브리얼, <더 이상 영웅은 없다> - 88
리처드 게이브리얼은 “미군이 참전한 20세기의 모든 전쟁에서 적의 포화로 전사할 가능성보다 정신적 사상자psychiatric casualty가 될 가능성, 즉 군생활의 스트레스로 상당한 기간 동안 심신의 쇠약을 겪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80만 이상의 군인들이 정신적인 이유로 군복무에 부적합한 것으로 분류되는 4-F 등급을 받았다.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자들을 전투에 투입하지 않으려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정신적 붕괴를 이유로 50개 사단에 맞먹는 50만 4천 명의 병사를 더 잃어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특정 시점에는 전장에 새로 투입되는 병사 수보다 정신적 사상자가 되어 후송되는 병사의 수가 더 많기도 했다.
1973년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 군 사상자의 3분의 1 정도는 정신적 사상자들이었고, 똑같은 일이 상대편인 이집트 군에서도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1982년 레바논 침공 때 이스라엘 군에서 정신적 사상자 수는 전사자 수의 두 배에 달했다.
자주 인용되는 스왱크와 머천드의 제2차 세계대전 연구에 따르면, 60일 동안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투를 치르게 될 경우 생존한 군인의 98퍼센트가 이러저러한 정신적 손상을 입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왱크와 머천드는 또한 지속적인 전투를 견딜 수 있는 나머지 2퍼센트 군인들의 일반적인 특성, 즉 “공격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발견했다. - 89, 90
정신적 사상자들의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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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피로
신체적, 정신적 피로는 가장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들 가운데 하나다. 군인은 점차 사회성을 잃고 과도하게 짜증스러워하며 동료들과의 그 어떤 활동에도 흥미를 잃고, 책임 또는 신체적, 정신적 노력이 요구되는 활동을 회피하려 할 수 있다. 눈물이 북받치고 극심한 불안과 공포감이 폭발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그리고 소리에 과민해지고, 땀을 많이 흘리고, 심장 박동이 증가하는 신체 증상도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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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상태...대개 자기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주변 환경을 견뎌 내지 못하고 그러한 환경에서 자신을 정신적으로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종종 나타나는 반응 가운데 하나는 간저 증후군으로, 이 상태에서 군인은 농담을 하며 어리석을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유머와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면서 공포를 떨쳐 내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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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히스테리
전환 히스테리는 전쟁 중에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고, 사건이 일어나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 발생할 수도 있다. 전환 히스테리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모습이나, 명백한 위험을 경시한 채 전장에서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때로는 기억 상실 증세를 보이면서 기억의 상당 부분을 전혀 떠올리지 못할 수 있다. 때로 히스테리는 전환 발작으로 악화되어 태아처럼 자세를 웅크리고 급격하게 몸을 떠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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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상태
불안 상태는 완전히 기진맥진하여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수면이나 휴식으로 완화될 수 없고 주의 집중 능력을 떨어뜨린다. 잠을 자게 되더라도 끔찍한 악몽을 꾸고 깨어날 때가 많다. 궁극적으로 죽음에 대한 강박 관념에 빠지면서 자신이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이나 자신이 겁쟁이라는 사실을 부대원들이 알게 될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불안이 일반화되면 쉽게 히스테리로 이어질 수 있다. 불안은 대개 가쁜 숨, 쇠약, 통증, 흐릿한 시야, 현기증, 혈관 신경 계통의 문제, 기절 등과 동반된다.
전투 후 수년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고통받고 있는 베트남 참전 용사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또 다른 반응으로는 정서적 과잉 긴장감이 있다. 이 경우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여 발한, 긴장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강박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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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심장의 두근거림, 말더듬, 틱 등의 증세를 통제하지 못한다. 결국 환자는 신체적 증상에 대한 심리적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특정 히스테리 반응으로 도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성격 장애
성격 장애에는 특정 행동이나 사물에 고착되는 강박적 성향, 급한 성미, 우울, 불안 등이 동반되며 때로는 자신의 안전에 큰 위협을 가하는 편집 성향, 과도한 민감성과 고립으로 이어지는 분열성 성향, 분노 폭발이 동반되는 간질 발작적 성향, 심하게 극적인 종교적 성향, 그리고 궁극적으로 정신병적 성격으로 악화되는 단계가 포함되어 있다. - 91~95
이스라엘의 군 심리학자인 벤 셜리트는 전투를 막 치른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무엇이 제일 두려웠느냐고 물었다. 그는 “목숨을 잃는 것” 혹은 “전장에서 다치거나 버려지는 것”이라는 대답이 나오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셜리트의 기대와 달리 죽거나 다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더 많이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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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셜리트는 사회와 문화가 죽음과 부상에 대한 이기적인 두려움이 군인들의 가장 큰 근심거리라고 말할 때조차, 전투가 요구하는 끔찍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전투원들의 마음을 가장 심하게 짓누르고 있음을 발견했다. - 101
전장에서 살인과 무관한 보직을 맡은 병사들이 죽이는 것을 자신들의 임무로 하는 병사들보다 정신적 사상자가 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은 꽤 있다. 특히 의무 보직을 맡은 자들은 전통적으로 전투 중에 심리적 안정을 잃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 115
완전히 지친 상태에서 진흙탕에 앉아, 주변 늪에서 작은 개구리들을 집어 들어 올려 하나씩 집어삼키고, 수통의 물을 마셔 목구멍으로 넘겼던 기억이 난다. 나는 닷새 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우리는 8주짜리 미 육군 레인저 학교 훈련의 8주차 과정에 접어들고 있었고, 동기들과 나는 이미 7주 동안 이런 식으로 신체적 결핍을 겪은 상태였다. - 121
더글러스 맥아더는 군인들은 “저절로 신음 소리가 날 정도로 걷고, 땀범벅이 되어 싸우고, 으르렁대고 저주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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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딘은 “수백만 명의 병사들이 위대하고 힘든 일을 했지만, 끝없이 이어진 168주 동안 온갖 고난과 고통, 죽음을 버텨 내고 살아남은 자들은 단지 수십만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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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적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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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서는 소화, 배뇨 조절, 괄약근 조절 같은 부차적인 활동이 완전히 차단되는 결과가 일어날 때가 있다. 이 과정은 매우 강도가 높아 군인들은 때때로 스트레스성 설사를 앓기도 한다. 또한 확실한 생존을 위해 모든 에너지 자원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말 그대로 “배에서 밸러스트(무게 중심추)를 던져버리는” 것처럼 바지에 오줌이나 똥을 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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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수도 없고, 잠시 맹렬하게 싸우거나, 대치하거나, 복종함으로써 위험을 극복하지도 못하는 현대 병사들의 신체는 에너지 동원 능력을 빠르게 소진하여 신체적, 정서적으로 완전히 탈진 상태에 빠진다...이 상태의 군인은 신경 피로로 무너지는 것이 불가피하고, 신체는 쇠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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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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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는 자신의 연구에서 장기간 수면 결핍을 겪는 일은 전투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44년 이탈리아에 배치된 미군 가운데 31퍼센트는 하루 평균 4시간 이하를 잤고, 그 외에 54퍼센트의 미군이 하루 평균 6시간 이하를 잤다. 이와 같이 수면 결핍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또한 정신적 사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최전선 부대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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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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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군 장성 퍼거슨은 이렇게 적었다. “나는 식량 부족이 단일 요인으로는 사기 저하를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신체에 미치는 순수한 화학적 영향력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는 정신에 재앙에 가까운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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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력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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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군인들은 자연의 자비에 자신의 운을 맡길 수밖에 없다. 끝없는 추위와 비, 열기, 고통은 군인의 당연한 팔자소관이었다.
모란 경은 “자연의 힘에 노출될 때 병사들은 시들어버린다”고 믿었다. 그에게 최악의 것은 “겨울의 지독한 폭력”이었다. 그것은 “최상의 병사들에게서도 약점을 찾아”낼 수도 있다. 그리고 쉬지 않고 내리는 비가 가하는 고통을 앙리 바르뷔스는 이렇게 썼다. “군인도 총처럼 습기를 맞으면 녹이 슨다. 군인이 녹스는 속도는 총보다 느리지만, 군인의 몸에 난 녹은 총에 난 녹보다 훨씬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 123~128
나는 전쟁에 지치고 질렸다. 전쟁에 영광이 있다는 건 모두 허튼 소리다. 총을 쏴 본 적도, 다친 자들의 비명과 신음 소리를 들어 본 적도 없는 자들만이 피를, 복수를, 황폐화를 부르짖는다. 전쟁은 지옥이다.
- 윌리엄 티컴세 셔먼 (미국의 군인. 북군 소속으로 남북 전쟁에 참전해 그랜트 장군과 함께 리 장군에게 승리를 거두었고, 전후 육군 총사령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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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고 죽어 가는 자들의 비참한 비명을 들어 보라. 도살장의 배설물 냄새, 피 냄새, 타는 고기 냄새, 썩는 냄새가 섞인 끔찍한 죽음의 악취를 맡아 보라. 폭격과 폭발로 학대당한 대지가 신음하는 땅의 진동을 느끼고, 당신의 품 안에서 죽어 가는 친구의 생의 마지막 떨림과 따뜻한 피의 흐름을 느껴보라. 함께 슬퍼하면서 친구를 부둥켜안을 때 누구의 눈물인지 알지도 상관하지도 않은 채 피와 눈물의 짭짤함을 맛보라.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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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15피트 길이의 내장에 걸려 허리에 두 동강이 난 시신 위로 넘어졌다. 다리와 팔, 그리고 목만 달린 머리는 가장 가까운 몸뚱이로부터 50피트 떨어진 곳에 놓여 이따. 밤이 찾아오자 교두보에서는 살이 타는 악취로 가득했다.
- 윌리엄 맨체스터, <어둠이여 안녕> - 130, 131
리처드 홈스는 “포탄 파편에 맞아 말 그대로 배가 갈린 한 인기 있던 장교에 대해 묘사하면서” 이미 70년이나 세월이 흘렀는데도 “조용히 눈물짓던 한 용감하고 분별력 있는” 노(老) 참전 용사에 대해 말한다. 젊고 활동적일 때에는 이런 일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이러한 기억들은 밤마다 찾아와 당신을 괴롭히기 마련이다. 그는 홈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그 끔찍한 일들이 마음속에서 떠오르지 않게 잘 해왔다고 생각했소.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내가 숨겨 두었던 곳에서 이 기억들이 다시 하나씩 기어 나오는구려. 매일 밤마다 말이오.” - 131, 132
우리는 적대적인 공격성에 직면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타인의 무례함에서, 지인이 악의적으로 퍼뜨린 소문이나 비판에서, 직장 동료나 상사의 적의에서 말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들에서 일어나는 적대감과 그것이 일으키는 스트레스를 잘 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러한 대립 상황을 피하려 하고, 물리적인 충돌 상황은 차치하고서라도 공격적인 언행을 마주하는 것조차 아주 어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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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많은 권위자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서 고혈압 환자 비율이 극적일 정도로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이들이 늘 적대감에 노출되어 있는 반면 상대로부터 인정받는 경우는 드문 스트레스 유발 상황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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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인의 호감과 사랑을 몹시 받고 싶어 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반면 의도적이고 공공연한 인간의 적대감과 공격성은 우리의 자기상과 통제력, 세상이 의미 있고 이해 가능하다는 믿음,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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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에 공포와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죽음과 상해의 두려움이 아니라 오히려 동료 인간이 저지르는 파괴와 지배의 행동이다.
강간으로 인해 야기된 심리적 상처는 신체에 입은 상해를 훨씬 능가한다. 강간 트라우마는 전투 트라우마와 마찬가지로 죽거나 다칠 거라는 두려움과는 별 관련이 없다. 여기서 훨씬 더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증오와 경멸로 가득한 동료 인간에게서 모욕당하고 학대받은 데 따르는 무력감과 충격, 공포다. - 133~135
평범한 시민은 공격적이고 과격한 행동에 개입하기를 피하고 타인의 불합리한 공격성과 증오에 맞딱뜨리는 상황을 싫어한다. 전투 중인 군인도 이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그는 전장에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교전할 것을 요구하는 강력한 의무와 강요에 저항하고, 적이 뿜어 내는 불합리한 공격성과 적대감에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실제로 역사는 전투를 피하기 위해 자살하거나 끔찍한 자해를 저지른 군인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들을 자살로 이끈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자살을 하는 민간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이, 이 병사들은 아주 적대적인 세계의 공격성과 적대감과 맞딱뜨리느니 차라리 죽거나 자기 신체를 훼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135
평범한 군인의 영혼은 살인 행위와 살인을 해야 한다는 의무에 저항할 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을 증오하며 죽일 만큰 자신의 인간성을 부정한다는 피할 수 없는 사실에서도 똑같이 공포를 느낀다.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는 적의 행동에 대해 군인들은 일반적으로 아주 큰 충격을 받거나 놀라거나 분노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수없이 많은 참전 용사들은 소설가이면서 베트남 참전 용사였던 필립 카푸토가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적군의 사격을 받았을 때 보인 반응에 공명한다. 카푸토는 이렇게 생각했다. “왜 나를 죽이려는 거지? 내가 뭘 어쨌다고?”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던 한 조종사는 자기 주변에서 터지는 대공 포탄에는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지만, “오두막집 옆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한 적군을 발견했을 때 기억에 남을 만큼 동요를 일으켰다고 내게 말했다. 그 순간은 그가 적군 병사를 식별할 수 있었던 드문 순간 중 하나였고, 여기에 그가 즉각적으로 보인 반응은 분개였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는 상처받고 분노했다. “샘, 나는 네가 싫어, 눈꼽만큼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러고 나서 그는 전투기에 실려 있던 모든 무기를 사용하여 이 사람을 죽이고 “그의 작은 오두막을 날려 버렸다.” - 137, 138
마틴 셀리그먼은 개의 학습에 관한 유명한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 예방 접종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는 무작위적 시간 간격으로 바닥에 전기 충격이 흐르는 우리에 개를 넣었다. 초반에 개들은 딱하게도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뛰고, 깽깽거리고, 발톱을 긁어보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무감각과 비활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우울하고 절망적인 상태로 접어든다. 이를 셀리그먼은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상태라고 불렀다.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진 개들은 명백한 탈출 통로가 있어도 충격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다른 개들에게는 몇 번 충격을 받고 나서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지기 전에 탈출할 수단이 주어졌다. 이 개들은 충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결국 벗어나리라는 점을 학습하고, 한 번의 탈출 경험으로 학습된 무기력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무작위로 피할 수 없는 충격을 가해도 예방 접종을 받은 이 개들은 수단이 주어질 때 결국 탈출에 성공했다. - 140
신병들은 겉보기에 사디스트적인 학대와 곤경에 직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그들은 이를 통해 그 무엇보다 전투 스트레스에 대한 예방 접종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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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 앞에서 소리를 질러 대는 훈련 교관은 노골적으로 개인적 적의를 드러낸다. 증오의 바람에 맞서기 위해 훈련병을 예방 접종하는 또 다른 효과적은 수단은 미 육군과 해병대의 신병훈련소, 격투봉 훈련을 시키는 미 육군사관학교 혹은 전통적으로 권투 시합을 훈련과 통과 의례로 사용하고 있는 영국군 공수여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병들은 이 모든 일부러 만들어진 경멸과 신체에 가해지는 노골적인 적의를 겪으면서, 자부심을 갖고 명예롭게 졸업하기 위해 이 상황들을 극복해 가는 와중에 자신이 의식적 및 무의식적 수준에서 그러한 노골적인 대인적 적의를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어느 정도 증오에 대한 예방 접종을 받게 되는 것이다. - 141
알프레드 드 비니는 군 생활 한복판에서 군인이 피해자이자 사형집행인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죽거나 다칠 위험을 무릅쓸 뿐 아니라 타인을 죽이고 다치게 한다. - 존 키건, 리처드 홈스, <병사들>
가까운 거리에서 같은 종을 죽이지 않으려 하는 거부감은 너무나 커서 종종 자기 보호 본능과 지휘관의 강제력, 동료들의 기대, 동료들의 목숨을 보호할 의무 등이 누적해서 미치는 영향을 가뿐히 넘어서고 만다.
전투를 벌이는 군인은 이 비극적인 진퇴양난의 덫에 사로잡혀 있다. 살해에 대한 거부감을 밀쳐 내고 근접 전투에서 적군을 죽이게 되면 그는 영원히 죄책감이라는 짐을 짊어져야 하며, 죽이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죽은 동료에 대한 죄책감과 책무와 국가, 대의에 대한 수치심이 그 앞에 놓여 있다. 죽여도 저주받고 죽이지 않아도 저주받는다.
미 해병대 소속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작가 윌리엄 맨체스터는 한 일본 군인을 근거리에서 살해한 뒤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바보같이 ‘미안해’하고 중얼거렸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고 나서 바로 토해 버렸다.....나는 먹은 것을 몽땅 게워 냈다. 그것은 내가 어릴 적부터 배워 온 것을 배신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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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병사들이 평생을 간직해 온 살인에 관한 도덕적 금기를 쉽게 벗어던지고 전투에서 어떤 생각이나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실제로 살해했ㄷㄴ 사람들과 살해에 관해 말하려 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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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파괴자라고 질책했다. 형언할 수 없는 불쾌감이 나를 덮쳤고, 나는 범죄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나폴레옹 시대의 영국군 병사
누군가를 죽여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상황이 가라앉은 뒤에 나는 내가 독일군 병사를 보러 갔다. 가정을 꾸릴 만한 나이라고 생각하며 아주 미안한 감정이 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 제1차 세계대전의 영국군 참전 용사, 첫 살해 직후
나는 얼어붙어 버렸다. 상대가 열두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다가 느닷없이 완전히 돌아서서 내게 자동화기를 겨누었다. 나는 깜짝 놀라 스무 발의 총알을 그 아이에게 모두 퍼부었고, 아이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나는 무기를 떨어뜨리고 절규했다. -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군 특수부대 장교
나는 다시 총을 쐈고 어쩌다 그의 머리를 맞췄다. 피가 흥건하게 쏟아졌고...나는 토했다. 나머지 부대원들이 올 때까지 말이다. - 이스라엘 6일 전쟁 참전 용사
그래서 또 푸조 한 대가 우리에게 다가오니까 쏠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알고 보니 한 가족이 타고 있는 거야. 아이가 셋이나 있었어. 나는 울부짖었지만 돌이킬 수가 없었어. 아이들과 아빠, 엄마...온 가족이 죽었는데, 돌이킬 수가 없었다구 - 레바논에 침공한 이스라엘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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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억은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들의 마음 안에 숨겨진 끔찍한 상처의 흉터였다. - 148~151
죽은 군인은 죽음과 동시에 고통을 끝내지만, 그를 죽인 병사는 영원히 그와 같이 살다 죽어야 한다. 교훈은 점차 선명해 진다. 살해는 전쟁의 전부이고, 전투 중 살해는 본질적으로 고통과 죄책감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156
대중은 굳은 의지와 결단력을 갖추고 명령을 내려줄 지도자들을 필요로 한다. 전통과 법, 사회에 의해 성립된 것이기에 그러한 명령에는 한 치의 의심도 허락할 수 없다는 관습과 확고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명령하는 지도자를 말이다. 지도자는 그렇게 탄생한다. - 아르당 듀피크, <전투 연구> - 223
마셜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벌어졌던 많은 특수한 사건들을 통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지휘관이 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격려할 때는 거의 모든 군인들이 무기를 발사하는 반면, 지휘관이 자리를 떠나 있을 때는 사격 비율이 즉각적으로 15~20퍼센트로 감소했다. - 225
국가가 뒷받침하는 권력과 적법한 권위를 상징하는 군 장교에게는 전투에서 병사 개인이 거부감과 거리낌을 저버리게 만드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 226
여러 살해 상황에서 결정적인 요인은 지휘관이 내리는 살해 명령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228
1944년 6월5일 영국에서 패튼은 프랑스 진격을 앞두고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쟁의 본질은 피를 요구하며 상대방을 죽이는 것이다. 제군들은 적군을 쏴 그들의 피를 봐야 해야 하고, 적들 또한 제군들의 피를 쏟게 만들 것이다. 그들의 배를 쏴라. 포탄이 빗발칠 때, 제군들은 더렵혀진 얼굴을 닦다가 곧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이 오물이 아니라 당신 곁에 있던 가장 친한 전우의 ‘피와 내장’임을 말이다. 그러면 제군들은 뭘 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 - 229
수없이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전한 인간이라면 하고 싶지 않아 할 일, 즉 전투에서 죽고 죽이는 일을 하도록 군인을 동기화하는 주요 요인은 자기 보존의 힘이 아니라 전장의 동료들에 대해 느끼는 강한 책임감이다. 리처드 게이브리얼은 “부대의 응집력에 관한 군의 연구를 보면, 전투병들이 서로 간에 갖는 유대감은 대부분의 남성들이 부인에게 갖는 애착보다 더 강하다는 주장을 계속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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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터는 “개인이 집단에 통합되어 있는 정도는 때때로 너무나 강해서, 공격을 받거나 포로가 되어 집단이 파괴될 지경에 이르면 이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개인은 우울증을 느끼게 되어 결국 자살을 감행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게서 이는 집단 자살로 발현되었다. 역사적으로 이와 같이 궁지에 몰린 집단은 집단 자살을 감행함으로써 항복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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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피는 이 문제를 결론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네 명의 용감한 사내들은 감히 사자를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할 테지만, 별로 용감하지는 않지만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네 명의 사내들은 사자를 단호한 태도로 공격할 것이다. 이들은 신뢰감으로 뭉쳐 있고 서로 도와줄 것임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조직력의 과학은 바로 여기에 집약되어 있다.” - 232~234
집단은 이 같은 방식으로 무리 안의 개인과 군 부대 안의 군인이 개인으로서는 절대 꿈도 꾸지 못할 행위, 이를 테면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살해하거나 다른 나라 군복을 입은 사람에게 총을 쏘는 행위를 감행할 수 있도록 책임을 희석시켜 버린다. - 236
심리적 거리는 한 개인의 공감 능력을 제거하고 이러한 ‘정서적 철회’를 획득하게 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된다. 이 과정을 촉진하는 다른 기제들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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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트는 “공격 피해자와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그리고 피해자가 가해자와 닮은 점이 많을수록,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느끼는 동질감은 더욱 커진다”고 지적한다. 이럴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를 죽이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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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기관을 통해 적군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 ‘열등한 존재’라고 군인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면, 같은 종을 죽이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거부감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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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그는 열등한 인간의 세계를 쓸어버리는 것이 아리아 인종 같은 우월한 인간의 의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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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 인종’을 향한 유럽 제국의 정복과 지배는 바로 이러한 문화적 거리 요인에 의해 조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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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거리는 자신과 자신의 대의를 정당화하는 것과 연루되어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구성 요소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 요소는 대개 적군에게 죄가 있기 때문에 그들을 처벌하고 보복해야 한다는 확고한 결단과 비난이다. 다른 또 하나의 요소는 자신의 대의가 적법하고 정당하다는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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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 이러한 선전의 역사는 적어도 십자군 전쟁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구 도덕의 절대적 지도자였던 교황은 비극적이고 피비린내 나는 십자군 전쟁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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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의 죄를 확정한 다음 이를 처벌하고, 보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폭력을 정당화하는 기본적인 방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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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백 년 동안, 미국은 도덕적 확증을 통해 개전을 정당화하던 태도에서 점점 벗어나 도덕적 거리의 처벌적 측면에 더 초점을 두게 되었다. 미국과 스페인 간의 전쟁에서 처벌의 정당성을 제공한 것은 메인 호의 침몰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루시타이나 호의 침몰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진주만이, 한국 전쟁에서는 미군 부대를 향한 정당한 이유 없는 공격이, 베트남에서는 통킹 만 사건이, 그리고 걸프전에서는 쿠웨이트 침공이 처벌 정당화의 구실을 마련해 주었다. - 246~256
제2차 세계대전을 대상으로 스왱크와 머천드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살해에 거부감을 전혀 느끼지 않으며 장기간 전투를 해도 정신적 사상자가 되지 않는 ‘공격적 사이코패스(정신병질자)’ 기질을 지닌 전투병이 약 2퍼센트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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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남성의 2퍼센트는 압력을 받거나, 정당한 이유가 주어진다면 후회나 자책 없이 살해할 수 있다고 결론 짓는 것이 아마도 더 정확할 것이다. 이들 개인들은 냉정하게 전투에 참여하는 인간의 역량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러한 역량을 찬양하고, 할리우드는 모든 군인이 이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인 양 우리를 속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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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2퍼센트의 군인들은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의에 따라 “타인에게 가하는 행동의 결과에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고 가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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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자와 그러지 못하는 자의 인간성은 확연히 구분된다. 공격성이 존재하더라도 공감 능력이 있다면 사회병질자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개인이 만들어진다. - 275
나는 참전 용사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러한 ‘목양견’들을 여러 차례 만나 왔다. 이들의 특징은 내게 다음과 같이 말한 베트남 참전 경험이 있는 어느 미군 중령과 같다. “나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사람들을 해치고자 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어릴 적에 때달았다. 나는 이들과 맞설 준비를 하는 데 내 일생을 바쳐 왔다.” 이러한 사람들은 무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언제나 기민하다. 그들은 목양견이 자기 양떼를 배반하지 않듯이 자기 공격성을 오용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쓰지 않지만, 가슴속으로는 정당한 전투를 갈망하며 적법하고 합당한 곳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늑대들이기도 한다. - 276
사회병질자, 목양견, 전사, 영웅 등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간에, 그들은 존재하며 또한 아주 소수다. 그리고 국가는 위기의 순간 그들을 절박하게 필요로 한다. - 278
다이어가 인용한 한 참전 용사의 말은 이 요인들이 “평범하고 원래 예의바르던” 미군 병사들에게 얼마나 엄청난 압력을 가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드러나 있다.
똑같은 아이들을 일정 기간 동안 정글 속에 데려다 놓고 완전히 겁을 준다음, 자지 못하게 하고 두려움을 증오로 바꿀 만한 일들이 조금 얼어나게 해 보라. 의심이 모자라서 부비트랩에 걸려 죽은 부하들을 너무도 많이 본, 베트남 사람들이 자기와 달라서 멍청하고 더럽고 약하다고 생각하는 하사관을 한 명 데려다 주어라. 거기에 집단 압력을 조금 더하면, 우리 곁에 있는 이 착한 아이들도 강간의 챔피언이 되리라. 살해, 강간, 도둑질이 바로 이 게임의 원칙이다. - 285, 286
이 병사들이 나누는 대화를 읽어 가면서, 우리는 그들의 처지에 대해 생각해 보며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도는 상황 속에서 살해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 행위를 굳이 정당화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들은 왜 그토록 열심히 자기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애썼을까? “베트콩을 한 마리 잡았어. 그놈은 분명 베트콩이야. 베트콩과 똑같이 옷을 입었잖아. 마을을 떠나고 있었어.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었을 거야.” 우리는 아마도,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에게 절박하게 정당화시켜야 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이러한 행위를 취하도록, 혹은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도록 강요받은 상황에 처해 있었고, 자기 행동이 옳았으며 필요한 일이었다고 누군가가 말해 주기를 절박하게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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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하는 군인은 자신의 양심 한편에서 너는 여자들과 아이들을 죽인 살인자라고, 용서받지 못할 일을 저지른 비열한 야수라고 외치는 소리를 못 들은 척해야 한다. 그는 마음속의 죄책감을 부인해야 하고, 세상은 미친 게 아니며, 피해자들은 짐승만도 못한 사악한 기생충이나 다를 바 없으며, 국가와 지휘관이 자신에게 하라고 시킨 일은 옳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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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자는 자신이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닌가 하는,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생각 따위는 과감히 억눌러야 한다. 나아가 자신의 믿음을 위협하는 그 무엇이든 가차 없이 공격해야 한다. 그의 정신 건강은 자신이 행한 일이 선하고 옳다고 믿는 데 전적으로 달려 있다. - 296, 312~313
적법한 위협 수단이 부재할 때, 지도자들은 희생양을 지정해 그를 모독하고 무고한 피를 요구함으로써 살인자의 능력을 배가시키고 지도자와의 유대감 또한 강화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유대인이나 흑인 등 눈에 아주 잘 띄는 약자 집단이나 소수 집단이 이러한 희생자 역할을 맡아 왔다.
여성 또한 타자의 권력 강화를 위해 모독과 천시,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아 왔다. 유사 이래 여성은 이러한 권력 증강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 집단으로 존재해 왔다. 강간은 적을 지배하고 비인간화하는 과정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타인을 희생하여 서로의 힘을 키우고 유대를 형성하는 과정은 정확히 윤간을 통해 일어나는 과정과 일치한다. 전쟁에서, 윤간과 같은 일을 벌임으로써 군의 역량을 강화하고 유대감을 증진하려는 시도는 종종 국가적인 차원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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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실상 부추김을 받은 결과 발생한 강간 사건은 수백만 건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코넬리어스 라이언은 <마지막 전투>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강간으로 인해 태어난 신생아 수는 베를린 한 곳에서만 10만 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최근에 우리는 보스니아에서 세르비아인들이 강간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보았다. 여기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평시와 전시의 윤간과 집단 살상은 ‘무분별한 폭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러한 행위들은 무고한 자들을 희생시켜 집단을 결속하고 범죄를 합법화하는 강력한 행위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 뒤에는 부와 권력을 증진하고 특정 지도자의 허영심을 채우려는 목적이 숨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314, 315
상호 보살핌과 상호 의존의 연결고리를 통해 집단과 유대를 맺고 있는 자가 이를 끊어 내고 집단이 하는 일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드러내기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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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그레이는 잔학 행위에 가담하기를 거부한 사례 하나를 소개...
네덜란드에는 무고한 인질들을 쏘라는 명령을 받은 사형 집행 부대 소속 한 독일군 병사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갑자기 그는 대열에서 불숙 걸어 나오며 처형에 가담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담당 장교에 의해 반역죄 혐의를 쓰고 인질들과 함께 서게 되었으며, 동료들에 의해 처형되었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그 군인은 집단이 제공하는 안전을 완전히 버리고 자유의 궁극적 요구에 자신을 맡겼다. 중요한 순간에 그는 양심의 목소리에 따랐고 외부 명령에 더 이상 이끌려 다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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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모든 인간이 가진 선한 본성이 가장 훌륭한 방식으로 발현된 사례다. 집단 압력과 복종을 요구하는 권위자의 명령, 자기 보존 본능을 극복한 이 독일군 병사는 인류에게 여전히 희망이 있음을 알려 주며, 우리는 그와 같은 인간이라는 데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집단과 국가라는 덫에 사로잡혀 있는 양심적인 사람들이 불복종을 선언하면서 치르게 되는 대가일 것이다. - 333, 334
전투 중독은...총격전 중 몸에서 많은 양의 아드레날린이 신체 체계에 방출되어 소위 ‘전투 쾌감combat high'이라고 불리는 것을 느낄 때 발생한다. 이 전투 쾌감은 모르핀을 맞았을 때 일어나는 반응과 비슷하다. 온몸이 둥둥 뜬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뿐 아니라 웃고, 농담하고,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주변의 위험에 완전히 무뎌진다. 이 경험은 이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해 주기 위해서라도 살아남아야겠다고 느낄 만큼 아주 강렬하다.
문제는 당신이 전투에서 한 번 더 그러한 놀라운 경험을 해보기를 원하고, 한 번 더, 또 한 번 더 그러한 체험을 기대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중독 상태에 빠질 때 일어난다. 헤로인 중독이나 코카인 중독에 빠지게 될 때처럼, 전투 중독은 확실히 중독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중독처럼, 전투 중독자 역시 필사적으로 여기에 매달리면서 전투를 통해 그러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게 된다. - 잭 톰슨, <숨겨진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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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조종사들은 이러한 감정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한 전투 조종사는 모란 경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두세 대를 격추시키고 나면, 그 효과는 정말 끝내줘서 자신이 죽게 될 때까지 계속 전투를 벌이게 만든다. 전장을 떠나지 않고 전투를 계속 벌이게 만드는 것은 의무감이 아니라 그것이 주는 즐거움이다. - 345, 346
최고조에 달했을 때, 베트남 전쟁은 알다시피 사람을 죽이는 일에 미친 듯이 몰두했다. 매일 아침 PT[체력단련]를 받았는데, 우리는 매번 왼발이 갑판에 닿을 때마다 “죽여, 죽여, 죽여, 죽여”하고 구호를 외쳐야 했다....- 미해병대 하사관으로 있는 베트남 참전 용사, 1982 그윈 다이어의 <전쟁>에서 인용 - 368
1904년, 파블로프는 개의 조건 형성과 연합 개념을 발전시키면서 노벨상을 수상했다.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파블로프가 한 일은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종을 울린 것이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개는 종소리와 먹는 것을 연관 짓는 법을 학습했고, 먹이가 주어지지 않을 때조차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게 되었다. 조건 형성된 자극은 종소리였고, 조건 형성된 반응은 침 흘리기였다. 개는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도록 조건 형성된 것이었다. 특정 행동을 보상과 연결 짓는 이러한 과정은 가장 성공적인 동물 훈련법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 369, 370
행동주의 개념으로 볼 때, 군인의 사격권 안에서 튀어 오르는 사람 형태의 과녁은 ‘조건 형성된 자극'이고, 즉각적으로 표적을 맞추는 행위는 ’목표 행동‘이다. ’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는 명중된 표적이 쓰러지는 즉각적 피드백의 형태로 주어진다. 명중률이 높으면 특등사수 휘장이 주어지고, 여기에는 통상 특전이나 보상(칭찬과 공식적 인정, 3일 휴가 등)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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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있을 법한 살해의 모든 측면이 예행 연습되고, 시각화되고, 조건 형성된다. - 371
기본적으로 군인은 살해 과정을 수도 없이 예행 연습하므로 실전에서 사람을 죽일 때 자신이 다른 인간을 죽였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부인할 수 있게 된다. 살해를 신중히 예행 연습하고 또한 실감나게 모방하게 되면서, 군인은 자신이 단지 또 다른 표적과 ‘교전’했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현대적 기법으로 훈련받은 후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했던 한 영국군 참전 용사는 홈스에게 자신은 “적군이 제2형 표적(인간 모양 표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373, 374
그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두 발을 쐈어. 팡, 팡. ‘퀵 킬’에서 훈련받은 대로 말이야. 죽일 때, 나는 그대로 했어. 훈련받은 대로 생각할 틈도 없었어.”
미 육군 특전부대(그린베레) 장교로 캄보디아에 6개월씩 6번 파견되었던 또 다른 참전 용사 제리는 어떻게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자, 자신이 살해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음을 선선히 인정했고, 그것을 자신의 생존과 승리에 필요했던 일로 받아들였다. - 375, 376
병사의 조건 형성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쉽게 간과되곤 하는 측면은 병사가 오직 명령으로 정한 시기에, 명령으로 정한 표적을 향해 총을 쏘도록 조건형성된다는 점이다. 군인은 오직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권위자가 명령했을 때, 그리고 자신이 속한 사격 대열 내에 있을 때에만 총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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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은 훈련을 받는 동안, 그리고 오직 권위자가 군대에서 쏘도록 허락하는 동안에만 사격하도록 조건 형성되어 있다. - 380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반적인 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심리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반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발현에는 경험과 관련된 반복적이고 침투적인 꿈과 회상, 정서적 둔화, 사회적 고립, 친밀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지 못하는 어려움과 망설임, 그리고 수면 장애가 포함된다. 이러한 증상은 민간 생활에 적응하는 데 심각한 곤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알코올 중독, 이혼, 실직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증상은 트라우마 이후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되며, 때로는 그 발생이 지연되기도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는 베트남 참전 용사 수의 추정치는 미국 장애인 참전용사협회에 따르면 50만 명, 1980년 해리스 앤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150만 명이며, 이는 베트남에서 복무한 280만 명의 병사들 중 18퍼센트에서 54퍼센트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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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컬럼비아 대학의 진 스텔먼과 스티븐 스텔먼의 연구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발현과 살해 과정에 가담하는 군인과의 관계를 탐구했다. 무작위로 선발된 6,810명의 참전 용사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전투 수준을 계량화하여 측정한 최초의 연구다. 두 연구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아주 격렬한 전투 상황에 참여한 참전 용사들이었음을 밝혀냈다. 이들 참전 용사들은 심각한 이혼, 결혼 문제, 진정제 사용, 알코올 중독, 실직, 심장질환, 고혈압, 궤양으로 고통 받았다. - 409~410
그 수가 얼마이든 간에, 수십 만 명에 이르는 베트남 참전 용사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혼하거나 별거할 확률은 일반인의 4배에 달하며(이혼하지 않은 사람들도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들은 미국 노숙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그들이 자살할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 422
나는 방아쇠를 부드럽게 당기면서 생각했다. 이건 정말 개죽음이야. 총알이 격발하는 소리는 포성처럼 울렸다. 내 목표물은 쓰러졌고, 잠시 동안 나는 그가 피했는지 맞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죽기 전 그의 발과 몸이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고 의심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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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숨이 흙먼지가 이는 땅바닥으로 새나가고 있을 때 나는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한 발의 총탄이 그의 왼편 가슴을 맞추었고 그의 등을 찢고 나갔다. 나머지 정찰대원들이 절벽으로 몰려와 소리를 치고 있었지만, 내 귀에 들리는 소리는 오직 죽은 자의 피가 흙 속으로 젖어들면서 나는 부드러운 거품소리뿐이었다. 그는 눈을 뜨고 있었고, 얼굴은 아직 어렸다. 그는 끔찍할 만큼 평화로워 보였다. 그의 전쟁은 끝났지만 나의 전쟁은 이제 시작이었다...-스티프 뱅코, <신병, 결백을 잃다> - 427
왓슨의 책 <전쟁을 생각하다>가 폭로하고 있는 놀라운 내용들 가운데 하나는 미국 정부가 암살자를 훈련시키기 위해 조건 형성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1975년 미 해군 정신과 의사이던 나룻 중령은 왓슨에게 군 암살자들이 살해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고전적 조건 형성과 사회 학습 방법론이 활용되는 기법들을 자신이 미국 정부의 의뢰를 받고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룻에 따르면, 여기서 사용된 방법은 훈련생들에게 “폭력적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을 보여 주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영상”을 사용해 “상징적 모델링”에 노출시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영상에 익숙해지면서 훈련생들은 점차 아무 감정 없이 그러한 상황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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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룻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총 쏘는 법을 배웠고 또한 살해할 때 갖게 될지도 모를 자책감을 억누를 수 있도록 특별한 ‘클락워크 오렌지’ 훈련을 받았다. 소름끼치는 일련의 영상들을 이들에게 보이며, 영상이 일으키는 공포의 강도를 점점 더 높이고 있다. 훈련생들이 고개를 돌리지 못하도록 죔쇠로 머리를 단단히 고정시켜 놓고, 특수 장치를 이용해 눈을 감지 못하게 해 놓았기 때문에 이들은 꼼짝없이 화면을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단계적 거부감 감소 절차는 고전적(파블로프식) 조건 형성의 한 유형으로, 심리학적 용어로 체계적 둔감화라고 불린다. -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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