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을 꽉 채운 다음날,
셰익스피어 원작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드>를 보기 위해 서울로 나갔습니다.
공연시간 보다 조금 일찍 나서서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관련 서명운동에도 참여하고, 민중가요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의 노래를 듣기도 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의 사람들,
저 멀리 보이는 청와대
그리고 셰익스피어와 베르디의 <맥베드>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가수들의 노래도, 무용수의 춤도, 무대 연출도 모두 모두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종합 선물 상자를 받아든 느낌이랄까요? ^^
오케스트라 연주도 들어야지, 가수들의 노래도 들어야지, 무대도 봐야지, 노랫말이 한국말이 아니어서 자막도 봐야지...
바쁘다 바쁜 공연이었습니다.
아참, 맥베드 부인 역할을 맡은 소프라노 정주희의 목소리가 제 마음에 팍팍 쏟아졌어요.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그 분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야 저렇게 노래를 할 수 있는 걸까요? 멋져요 멋져 ^^
무엇보다 제일 마음에 남은 건 권력과 인간의 관계였습니다. 맥베드와 맥베드 부인은 권력을 쥐기 위해 왕을 죽이지요. 그리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도 죽입니다.
폭군이 된 맥베드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고통과 슬픔을 안기지요. 그리고 맥베드와 맥베드 부인 자신들도 점점 제 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어갑니다. 권력을 쫓는 자들이 과연 제 정신일 수 있을까 싶어요. 요즘 한국 사회의 모습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 세력과 민중들은 맥베드에 저항하는 봉기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결국 맥베드도 죽게 되지요. 권력을 쫓느라 불안와 망상에 시달리다 결국은 죽은 맞게 되는 맥베드. 과연 인간에게 권력이란 무엇일까요? 정말 인간은 권력을 쥐면 편안해 지고 안심하게 되는 걸까요? 아니면 권력을 쥔다는 것이 오히려 큰 불안과 두려움을 몰고 오는 건 아닐까요?
권력이란 것이 인간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가져온다면, 왜 굳이 힘들이고 다른 사람을 괴롭혀 가면서 권력을 쥐려하는 걸까요?
폭군 맥베드에 맞서 민중들이 봉기를 일으키며 노래를 합니다.
이게 나라냐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더라구요. 요즘 한국 사회가 박근혜와 최순실 때문에 시끌시끌한데,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 바로 '이게 나라냐'잖아요. 오페라 자막을 지휘자 구자범이 번역했다고 하는데, 혹시 이렇게 번역한 이유가 요즘 시국 상황 때문에 그랬나 싶어 속으로 살짝 웃기도 했습니다. 공연 보고 나서 검색을 해 보니 구자범이 현재의 상황과 이번 오페라가 닮아 있다고 했다네요. http://v.media.daum.net/v/20161031181056688
특히 권력을 향한 탐욕으로 왕을 죽인 맥베드 부부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암살자를 처단해달라'고 하는 가증스러운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맥베드'는 우리 시대의 거울과 같은 작품이 될 것으로 본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권력을 쥐고, 권력을 쥔 이들이 부끄러움을 잊게 되는 건 아닐까요?
권력과 인간,
권력과 인간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설명을 하는 것보다 이렇게 예술 작품으로 만나니 훨씬 마음에 잘 와 닿습니다.
예술이 가진 힘이 이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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