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운동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몇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했던 농민들이
어떤 사람들이었고 어떤 마음이었지를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 일에 관한 기록이 많지 않은데다
주로 조선 정부나 일본측의 기록이어서 그렇겠지요
제게 <금강 1894>는 바로 그 빈자리
알고 싶기도 했고 느끼고 싶기도 했던
농민들의 마음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준 느낌입니다
자식이 굶어죽은 사람
평생 백정이라고 무시당했던 사람
많은 세금에 시달리던 사람 등등
억울하고 숨막히고 답답하던 사람들이겠지요
이래 사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다 싶었을 겁니다
여럿이 어울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싶었겠지요
조선 정부를 완전히 개혁하고 일본군을 몰아냈냐고 하면 그렇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양반이 지배하는 사회도 확 바꾸지 못했지요
안타깝게도 많고 많고 많은 사람들의 죽음 뒤에 어느 만큼만 사회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모두' '전부' '확'이 아니라고 그 변화가 가볍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자유와 평등을 찾는 인간의 꿈과 희망에 관한 것이라면 활짝 피었다고 해도 좋을 겁니다
말이나 글로만이 아니라 그 많은 사람들이 직접 행동으로까지 나섰으니 말입니다
100년도 넘게 지난 오늘의 우리가 이렇게 1894년의 농민들을 생각하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구요
극의 내용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좋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좋고 무대도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좋은 선물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죄다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이번에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했는데
서울이건 제주건 많은 곳에서 공연을 하고 여러 분들이 보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동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런 작품이 나올 거라고는 많은 분들이 생각을 못하지 싶습니다
아참 요즘 촛불집회가 한창인데
이런 극과 이런 노래가 광화문과 청와대 앞에서도 한번 펼쳐지면 어떨까 싶습니다
민중에겐 용기가 지배자들에겐 두려움이 되지 싶습니다
역사로써의 동학농민운동은 물론이고
소설 <녹두장군>과 같이 각종 예술 작품으로써의 동학농민운동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명학 역을 맡았던 양준모의 노래와 연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양준모의 모습을 다른 작품에서도 만나고 싶습니다
인진아 역을 맡았던 박지연의 노래도 참 좋았구요
오래전에 읽어서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동학의 경전인 <동경대전> 아니면 <용담유사> 어딘가에
며느리를 한울님처럼 모시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선 사회 '며느리'의 위치를 생각하면 마음에 쿵하고 와 닿는 말입니다
괴롭힘 당하며 온갖 고생을 다하는 며느리를 귀하게 여기라는 거지요
이 뮤지컬을 북한에서도 공연하기 위해 추진중이라고 하더라구요
북이거나 남이거나 억압하고 지배하는 이들에 맞서는
민중의 자유 평등의 노래가 널리 울려퍼지길 바랍니다
단지 한민족이어서가 아니라 서로가 하늘만큼 귀한 사람들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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