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라는 사람의 연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히 <섬마을 콘서트> 영상 때문입니다. 그전에는 백건우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연주를 하는지는 거의 몰랐습니다.
<섬마을 콘서트> 이후 조금씩 백건우에게 다가가다 제가 사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연주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예매를 했습니다. 두 어 달 전에 예매를 하고서는 시간이 빨리 흘러서 어서 연주회 날이 왔으면 좋겠더라구요.
그리고 두~~~~ 2017년 6월9일, 기다리고 고대하고 설레던 백건우의 연주회 날.
음...그날의 감동과 흥분과 감사와 소중함은 무어라 말할 수 없습니다. 너무 너무 너무 좋아서 전국 여기저기 공연을 하러 다니시는 그분을 따라 음악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저의 피아노 선생님과 이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선생님, 제가 백건우 연주회를 갔다 왔는데요...정말...”
“어땠어요?”
“음...그냥 감동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라고...경외심이란 말이 그나마 적절할 것 같아요”
“그럴 것 같아요”
“연주를 잘하고 못하고 그런 것에서는 떠난 분 같아요”
“맞아요. 그래요”
지난 연주의 흥분과 떨림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일주일 동안 전부 연주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장이 쿵쾅 쿵쾅거리는 게 세월 흐른 옛 사랑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것 같더라니까요. 이 일주일 동안은 다른 약속은 잡지 않고 오직 백건우와 베토벤의 음악에만 빠져 있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아무튼 바로 전체 연주를 한꺼번에 예매를 했습니다. 왕창 한꺼번에 예매를 하면 50% 할인을 해 준다고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피아노 선생님에 말했어요.
“근데요 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일주일에 걸쳐 연주한다는 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요?”
“그러게요...제 생각에도 그래요...”
이 대화를 나누는 우리 두 사람의 목소리를 가볍지 않게 떨렸습니다. 놀라움과 감사함이 깃든 떨림이었지요.
2017년 9월의 첫날. 백건우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부터 7일에 걸쳐 8번의 공연동안 모두 32곡을 연주하는 거지요. 첫날은 소나타 20번, 1번, 19번, 15번, 8번(비창)을 연주했습니다.
어땠냐구요?
음...정말 온갖 감정과 생각들이 들었다 사라졌습니다. 놀라움, 감사, 흥분, 긴장, 밝음, 착함 등등등. ‘착함’은 뭐냐구요? 음...백건우의 연주를 듣고 있으니 왠지 제가 좀 더 착해질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아무튼 이 모~든 감정과 생각들을 한데 모으면 ‘경외심’이라는 말 밖에는...또다른 말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름답데 화려하지 않고
힘차데 넘치지 않고
짜임새가 탄탄하면서도 자유로운
그런 음악을 앞에 놓고 제가 이러니 저러니 말을 해 본 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저 놀라고 감사할 뿐이지요.
이런 분과 한 시대를 사는 행운을 누려서 이런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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