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집에 가서 자고 쉬었다 다시 예술의 전당으로 갔습니다. 오늘은 5번, 3번, 12번, 14번(월광)을 연주하는 날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14번(월광)을 연주하는 날이라 더욱 기대되기도 하고, 어떻게 연주를 하실까 궁금하기도 한 날입니다.
음...다른 연주에 대해서는 한결 같은 느낌이고... 14번에 대한 느낌만 말로 하자면...세 단어입니다.
1.호흡곤란
연주가 시작되고 처음에는 제가 뭔가 잘못 들었는줄 알았습니다. 기분이 정말 묘하고 이상해지더라구요. 다시 집중해서 들어보니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고 백건우의 연주가 저를 이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다다다' '다다다' 그 세 음을 가지고 말입니다. 점점 심장이 무거워지고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더라구요. 음악 때문에 호흡곤란을 느끼다니..
계속 연주를 듣고 있으니 점점 무서워졌습니다. 제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더라니까요. 베토벤과 백건우가 이상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제 정신 상태가 이상해질 것 같아 무섭더라구요. 심지어 연주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얼른 바흐의 음악을 듣고 진정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3. 충격
“당 당 당” 하고 연주가 끝나자 그야 말로 충격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환호를 보내고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지요. 그런데 저는 그냥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입이 벌어지지 않으니 환호를 보낼 수도 없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으니 박수를 칠 수도 없었지요.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모든 관중들이 거의 다 나가고 일하시는 분들이 자리를 정리하셔서 할 수 없이 일어서 나왔습니다. 걸어 나오는 데 다리가 후덜덜~~~
연주가 끝나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무언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그분께서 오셨나...접신을 했나...
뭐 이런 어이없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충격과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집에까지 갔다 오면 피곤할 것 같아 여관에서 자고 다음날 연주를 듣기로 했습니다. 음악을 듣기 위해 여관방에서 하루를 지내기도 처음이에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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