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날은 2시에 세 번째, 6시에 네 번째 2번 공연이 있습니다.
지난 밤 여관에서 자고 느즈막이 일어나 콩나물 국밥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뒤 당당(?)하게 예술의 전당으로 갔습니다.
놀라움도 자꾸 당하다보면 조금 덜 놀라지 않을까?
이런 약간 어이없는 생각까지 하면서. 그런데 세 번째 공연이 끝나고 나니 저의 생각이 완전 착각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자꾸 당해도 여전히 놀라운 일이 있더라구요.
이번 공연에는 소나타 6번, 7번, 16번, 17번(템페스트)가 연주되었습니다. 템페스트에 대한 느낌만 말하자면...
연주의 처음에는 제 삶의 여러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열정 가득하고 흥분하고 에너지를 쏟아내고 소리치고, 그리고 혼란스러운 사랑의 시간. 제 마음에는 왜 그런지...후회와 아쉬움과미안함이 가득한 순간들입니다. 돌아보면 늘 마음이 무거운 때이지요.
연주가 중간쯤에 이르자 갑자기 제 기분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서 이런 말들이 들려 왔습니다.
‘아니야, 좌충우돌 이도저도 모르게 불타올랐던 건 맞아. 실수도 많았고...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순수한 삶의 시간이었어...’
‘연인이랍시고 괴롭고 힘들게 한 것은 맞아. 하지만 그 사람에게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있었을 거야. 눈물만이 아니라 설레임과 기쁨도...’
신기하게도 연주를 듣는 게 제 삶이 다르게 느껴지더라구요. 자책하고 비난하던 저 자신을 조금 더 안아주고 위로해 준다고 해야 할지...
그리고 연주가 빰! 하고 끝나자 제 앞에 길이 하나 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묻더라구요.
어쩔래?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제 몫이다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러지 저러니 할 것 없고 그저 내가 내 삶의 길을 갈 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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