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과 함께

백건우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연주 / 세 번째 - 길이 열리고

순돌이 아빠^.^ 2017. 9. 4. 13:23

셋째날은 2시에 세 번째, 6시에 네 번째 2번 공연이 있습니다.

 

지난 밤 여관에서 자고 느즈막이 일어나 콩나물 국밥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뒤 당당(?)하게 예술의 전당으로 갔습니다.

 

놀라움도 자꾸 당하다보면 조금 덜 놀라지 않을까?

 

이런 약간 어이없는 생각까지 하면서그런데 세 번째 공연이 끝나고 나니 저의 생각이 완전 착각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세상에는 자꾸 당해도 여전히 놀라운 일이 있더라구요.







이번 공연에는 소나타 6, 7, 16, 17(템페스트)가 연주되었습니다. 템페스트에 대한 느낌만 말하자면...

 

연주의 처음에는 제 삶의 여러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열정 가득하고 흥분하고 에너지를 쏟아내고 소리치고, 그리고 혼란스러운 사랑의 시간. 제 마음에는 왜 그런지...후회와 아쉬움과미안함이 가득한 순간들입니다. 돌아보면 늘 마음이 무거운 때이지요.

 

연주가 중간쯤에 이르자 갑자기 제 기분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서 이런 말들이 들려 왔습니다.

 

아니야, 좌충우돌 이도저도 모르게 불타올랐던 건 맞아. 실수도 많았고...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순수한 삶의 시간이었어...

연인이랍시고 괴롭고 힘들게 한 것은 맞아. 하지만 그 사람에게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있었을 거야. 눈물만이 아니라 설레임과 기쁨도...’

 

신기하게도 연주를 듣는 게 제 삶이 다르게 느껴지더라구요. 자책하고 비난하던 저 자신을 조금 더 안아주고 위로해 준다고 해야 할지...


 

그리고 연주가 빰! 하고 끝나자 제 앞에 길이 하나 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묻더라구요.

 

어쩔래?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제 몫이다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러지 저러니 할 것 없고 그저 내가 내 삶의 길을 갈 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