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민족주의자들은 인류의 보편성이라고 불리는 무언가에 매몰되지 않는 독특함이 민족 집단에게 – 헤르더의 경우에는 폴크Volk, 즉 독일 민족에게 – 존재한다고 믿었고, 민족 집단은 합리적인 사회적 계약보다는 피와 흙의 유대로 묶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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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낭만적 민족주의가 역사의 꿋꿋한 변증법적 진보를 믿는 헤겔주의와 뒤엉킨다. 루어드는 헤겔주의를 이렇게 요약했다. “무릇 역사는 어떤 신성한 계획이 성취되는 과정이다. 주권 국가는 그 계획이 스스로를 구현한 존재이고, 전쟁은 주권 국가들이 서로의 차이를 해소하는 방식이며, 그 결과 우월한 국가가(가령 프로이센) 득세하여 신성한 목적이 충족된다. 이런 사상은 결국 파시즘과 나치즘의 구세주적, 군사적, 낭만적 민족주의 운동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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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살을 지닌 수많은 사람이 한 명의 통치자, 하나의 국기, 군대, 영토, 언어와 동일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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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자결’이 위험한 것은, 어떤 민족 문화적 집단이 어떤 땅과 동일하다는 의미에서의 ‘민족’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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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토에서 주권을 행사하는 정부는 스스로 ‘민족’을 구현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거주자 중 많은 이들의 이해를 구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영토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 만일 우리가 정치적 경계와 인종적 경계가 일치하는 세상을 낙원으로 여긴다면, 지도자들은 인종 청소와 민족 통일 캠페인으로 낙원을 앞당기려고 할 것이다. - 420~423
-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사이언스 북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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