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분자적이면서 동시에 천문학적인 현상이다. 생명은 우주와 자신을 향해 열려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데...정말 마음이 뭉클합니다.
소설과 영화도 아닌 생물학에 관련된 책인데...감동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길을 걸으니 세상이 조금씩 달리 보입니다.
존재한다는 거
살아있다는 거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생명이란 무엇인가>, 지호, 1999
우리 인간은 물론 동물이다. 예전부터 나는 살아 숨쉬는 동물이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통찰이야말로 바로 우리 인류에 대한 고찰이라고 생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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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생물로서의 자신을 아는 것은 모든 생물계의 기초를 상당 부분 확인하는 셈이 될 것이다. - 6
지금의 생물 구조는 태고부터 진행되어 온 진화적 사건의 자취이다. 우리의 다섯 손가락은 약 100만 년 전에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일어난 새로운 진화 사건의 덕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약 3억 7천만 년 전에 진화한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네발동물)의 앞발에 붙은 다섯 발가락의 유물로 돌려야 할 것이다. - 9
지구가 살아 있다고 믿은 케플러의 생각이 오늘날 우스꽝스러워 보일는지 모르지만, 그는 우리에게 과학이 점근漸近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말해 궁극적인 지식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결코 도달하는 법 없이 단지 근접해 갈 뿐임을 일깨워 준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점성술은 천문학에 자리를 내주었고 연금술은 화학으로 발전했다. 한 시대의 과학이 다음 시대에는 신화가 된다. - 16
실험과 비판이 전통적인 권위와 신이 계시한 진리에 대한 맹목적인 수용을 대체했다. 과학자들은 자연을 구슬러 가장 은밀한 비밀까지도 내놓게 만들었다. 연소(燃燒)시 산소의 역할, 전기 방전의 일종인 번개, 달의 공전과 조수의 변화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서의 중력(만유인력) 등등, 자연은 하나씩 차례로 자신의 카드를 내보여 주었다. - 22
원생생물은 공생을 통해 진화했다. 생물 계통수에서 가지나 잔가지는 갈라져 나올 뿐만 아니라 하나로 합쳐지기도 한다. 공생이란 대개의 생물 연합보다 훨씬 긴밀한 두 생물 종류간의 생태적 물리적 관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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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여러 형태의 공생을 이루지만 가장 경이로운 것은 내공생內共生으로 알려진 극도로 긴밀한 제휴이다. 내공생은 미생물과 같은 생물체가 단순히 다른 생물(숙주) 부근이 아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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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은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소화관에 사는 박테리아가 아니라면 비타민 B나 K를 합성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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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한 편형 동물의 몸 안에서 살아가는 어떤 조류는 너무나 훌륭하게 양분을 공급하는 바람에 그 동물의 입 기능을 퇴화시켜 버렸다. 입이 막힌 이들 녹색 벌레는 애써 먹이를 찾기보다는 일광욕을 즐기고, 몸속에 내공생하는 조류는 이 벌레의 노폐물인 요산을 양분으로 재활용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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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다수의 원생생물 세포와 모든 식물과 동물, 균류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다. 이들 네 계에 속하는 생물을 살아 있게 해주는 산소 호흡은 미토콘드리아라는 특수한 세포 소기관 안에서 일어난다. - 173~175
최초의 수정 사건은 아마도 합병이 아니라 섭취하려는 강한 충동에 응한 결과였을 것이다. 이것은 포식자 원생생물이 다른 동료를 잡아 먹을 때 일어날 수 있었다. 생물학자들은 현미경으로 배고픈 세포가 주변의 다른 세포를 집어 삼키는 미생물간의 싸움을 종종 목격한다. 그러나 삼킨 세포를 언제나 소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201
밖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의식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관측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그것이 의식의 부재를 뜻한다거나, 동물을 단순히 본능적 기계라고 단정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동물만 의식적인 게 아니라 모든 생물체, 모든 자기 생산 세포 역시 의식을 한다. 가장 단순한 의미에서의 의식은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이다. 그리고 이 세계가 포유류 털 바깥의 세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한 세포막의 바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살기 위해서 모든 생물은 자신의 주위 환경을 감각하고 반응해야만 한다. - 215
원생생물의 출현과 더불어 예정된 죽음이 나타났다. 이들은 세포가 개체의 삶의 일부로서 노화하고 죽는다. 곤충이나 포유류, 새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물에서는 죽는 부분과 잠재적으로 살아가는 부분이 있다. 즉 죽어가는 몸과 직계 자손에게 전달되는 성세포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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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은 몸, 즉 원생생물처럼 꼬리가 달린 정자와 통통한 난자를 물이나 체액 속으로 방출하고 난 뒤의 성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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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혹은 계획된 죽음과 마찬가지로 성별은 생물의 본질이 아니다. 성도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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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물 계통에서 생식기는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수컷의 음경 또는 삽입 기관은 정자를 운송하는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반면 암컷의 생식관은 난자에게 수정이 일어날 수 있는 보호 장소를 제공했다. - 226~229
생물은 별개의 부분이 결합할 때 갑자기 비약적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 259
우리는 유전자의 98퍼센트 이상을 침팬지와 공유하며, 땀을 내던 생물의 흔적으로 땀을 흘리고, 최초의 우주 정거장이 진화하기 30억 년 전에 선조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했던 당분을 갈망한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이다. - 316
정말이지 진화 심리학에선 영혼과 정신이 하늘에서 그냥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 물질에 의한 불가피한 존재이다. 사고(思考)는 그 이외의 어떤 것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세포의 활동에서 나온다.
다양한 먹이가 주어졌을 때 헤엄치는 박테리아, 섬모류, 편모류 등 운동성 미생물은 하나를 택한다. 선택하는 것이다. - 319
세포는 살아 있고 아마도 느낌이 있을 것이다. 소화되지 않는 곰팡이의 포자와 일부 박테리아는 원생생물에게 거부당한다. 다른 것들은 게걸스럽게 먹힌다. 가장 원시적인 수준의 생활이라 해도 감각과 선택, 마음을 수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 321
우리와 다른 생물간의 차이는 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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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맹목적인 물리적 힘의 산물일 뿐 아니라 또한 생물이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자기 생산을 하는 모든 생물은 두 가지의 생명을 지닌다. 하나는 주어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 323
지금 이 문장을 이해할 때 인쇄된 글은 연상, 즉 뇌세포의 전기 화학적 결합을 불러일으킨다. 포도당은 산소와 반응하여 화학 변화를 일으키고 그 분해 산물인 물과 이산화탄소는 모세 혈관으로 들어간다. 나트륨과 칼슘 이온은 뉴런(신경 세포)의 막을 가로질러 이동한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동안 신경 세포는 연결을 강화하고 새로운 세포 접착 단백질이 나오며, 열이 발산된다. 사고는 생명처럼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다. 육체는 그것의 ‘또 다른 면’이다. 사고와 존재는 동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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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배설이나 소화와 마찬가지로 생물의 활발한 화학적 상호 작용으로 생겨난다. - 338
진화의 원동력으로서 공생이 지니는 힘은 개체성을 확고하고 안정된 신성한 그 무엇으로 생각하는 현재의 통념을 가차없이 깨부순다. 특히 인간은 단독자가 아니라 복합체이다. 우리들 개개인은 여러 박테리아와 균류, 회충, 진드기 등 우리의 피부와 모속에서 살고 있는 생물에게 훌륭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343
인간은 특별하지도 독립적이지 않은, 그저 지구를 에워싸고 있는 생명의 연속체의 일부일 뿐이다. -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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