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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타 매시,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21. 4. 29. 11:01

1920년대 인도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에요.

참 재미 있었어요. ^^

 

처음에는 낯선 사회 환경이나 말들에 적응하는데 살짝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것도 잠시...

 

오히려 낯선 것들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우리가 멀리까지 여행을 가는 것도 낯선 것들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고

그 새로움을 통해 나와 우리의 삶을 다시 바라보기도 하잖아요. 

 

낯설 모습들이 많기는 한데...

그게 아주 동떨어진 느낌은 또 아니에요.

 

저 또한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이고

어딘가 지금도 있을법한 일이니까요

살인 사건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 소설이 참 많잖아요.

드라마 <더 폴>의 경우는 그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심리가 정말...

 

소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경우는 인물도 인물이지만

그 인물들을 통해 알게 되는 사회의 모습이랄까...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은 어쩌면 양쪽 다 인지도 모르겠어요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 있을 것 같구요 ^^

 

수자타 매시,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딜라일라북스, 2021

 

여자 변호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많은 이를 충격에 빠뜨렸으니까 - 11

 

사무실 한쪽 모퉁이에 있는 높다란 고드리지 캐비닛은 퍼빈이 혼자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 안에는 우산이며 여분의 옷, 그녀를 봄베이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치켜세운 <봄베이 사마차르> 기사 스크랩 따위가 들어 있었다. 퍼빈은 그 기사를 액자에 넣어 잠셰지 미스트리가 받은 수많은 표창과 나란히 아래층 벽에 걸고 싶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그건 좀 과하다고 생각했다. 여자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할 수도 있다는 걸 고객들한테 최대한 온건한 방식으로 알리는 것이 좋다나. - 16

 

퍼빈은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파리드 씨의 변호사로 일했으면서 한 번도 부인들과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으시다고요?”

“파리드가 과부들은 철저한 은둔 생활을 하고 있어. 내 의뢰인이 돌아가셨으니 그 집의 남성은 두 번째 부인의 젖먹이 아들이 유일하단다”

“푸르다나신은 남자들과 말을 섞지 않아요”...”제 어머니와 여동생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지만 부잣집에서는 상당수가 그렇게 한답니다. 특히 하나피 무슬림들은요” - 29

 

“푸르다나신은 베일을 쓰고 지내는 사람을 말하는 거지” - 30

 

“파리드 씨는 왜 두 번째 부인을 들이신 거죠?” 퍼빈이 물었다. 의뢰인이 좋은 인성의 소유자라는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듣기는 했지만, 일부다처제에 대해서라면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그야 뻔하지” 잠셰지가 자신의 숱 많고 희끗희끗한 눈썹을 치켜세웠다. “자식을 보려고”

“하지만 첫 번째 부인인 라지아 베굼이 딸을 낳았잖아요. 이제 열한 살이 되었겠네요” 퍼빈이 차분하게 말했다. “계승자가 있었다고요”

“하지만 아들이 없었잖아. 그에게는 공장을 맡아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 32 

 

퍼빈은 1920년 12월에 쓰인 그의 부고를 검토했다. 부고는 그의 공장과 자선을 언급했고, 무지막 문장을 다음과 같았다. ‘파리드 씨에게는 아들 하나를 포함한 유족이 있다’

 

보고는 그의 아내와 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타임스> 편집자는 그들이 중요하지 다고 생각해서 부고에서 뺀 걸까. - 37

 

퍼빈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손을 사이러스의 단단한 주먹 위에 올려놓았다. 그가 고맙다는 눈빛을 보내며 자신의 손가락을 풀어 그녀의 손에 깍지를 꼈다.

퍼빈은 현기증이 났다.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면서도 공공장소에서 이렇게 대담한 짓을 했다는 데 겁에 질려 있었다. 통가 마부는 그들을 등지고 있어 아무 눈치도 못 챘지만, 오른편을 힐끗 보니 짐마차 마부가 그녀를 매춘부로 여기기라도 하는 듯 도끼눈을 한 채 입을 비쭉거리고 있었다. 퍼빈은 법대 강의실에서처럼 눈을 피하지 않고 마부가 눈길을 돌릴 때까지 그를 노려보았다. - 81



“어머닌 내가 공부해서 블루스타킹*이 될까 봐 내내 걱정하셨어”

..

*교육받은 지적인 여성을 뜻하는 말- 105

 

여기에 여성용 샌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 집의 여자들이 외출을 하지 않기 때문일까? - 112

 

여자는 긴속눈썹에 아름다운 눈을 가졌꼬, 비현실적일 정도로 흰 피부는 그녀가 주로 실내에서 지낸다는 사실을 방증해주었다. - 137

 

그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해고는 나만 할 수 있어. 난 이 가정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위임장을 가지고 있다고. 당장 이 집에서 나가.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 내가 당신 아버지에게 전화해 미스트리 법률사무소는 잘렸다고 말해주지. 집에 도착하면 제대로 맞을 준비나 하라고!”

“맞을 준비?” 퍼빈은 도전적으로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내 아버진 좋은 분이시라 그런 걱정은 안 드는데”

“그래?” 그가 그녀의 지척까지 다가와 쫙 편 손바닥을 올렸다.

그 끔찍한 순간, 퍼빈은 그가 자신을 때릴 거라는 걸 알았다. 그는 자신의 완력이 그녀의 말보다 세다는 걸, 부인들뿐 아니라 그녀 또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셈이었다. 그는 그녀를 때리고 또 때릴 것이다. - 186

 

“그자가 무슨 짓을 했나요 멤사히브?” 아르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백미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고함을 쳤고 제게 겁을 주려고 했어요. 어떤 남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공포심을 이용하잖아요. 유감스럽지만 저도 두려워서 도망친 것 같네요” - 188

 

“이 방은 누구 방이지?”

“여긴 파르시 여성들이 바나마지 중에 쉬는 공간이에요. 고향 집에도 이런 방이 있지 않았나요?”

퍼빈은 꿀꺽 침을 삼켰다. 비나마지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기도 없이 지내는 상태’를 의미하며, 생리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파리스 여성은 비나마지 중에는 종교 예복을 입어서도, 사원에서 기도를 해서도 안 되었다.

흰 소의 오줌을 모아 소독제로 쓴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페르시아에서 창시되었을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조로아스터교의 관습이었다.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한 거래요”

“물로 씻어야지 그게 무슨 말이야. 뒤쪽에 세면대나 욕조도 안보이던데. 아무래도 내가 나가서…”

“아니요 그러시면 안 돼요” 기타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마님께서는 출혈 중인 여자로부터 모두가 세 걸음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믿고 계세요. 그러니 문 쪽에 너무 가까이 오지 마세요” - 260

 

“하지만...하지만 전 병이 난 게 아니에요” 퍼빈이 항변했다.

“너 지금 그 시기잖아. 네가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면 병을 옮기게 돼”

“그건 ‘멘스트루에이션’이라고 불리는 현상이에요.” 퍼번이 영어 단어를 사용해 대답했다. “저도 이 상태가 좋진 않아요. 하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제 일이에요…” - 262

 

파이살 무크리는 라지아의 인생 속에 들어와 그녀의 삶을 끔찍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퍼빈은 라지아가 받은 충격-그리고 아마도 그녀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폭력에 대한 두려움-에 애도를 표한 것이었다. - 325

 

부드럽게 새를 쓰다듬으며 카밀리아가 말했다. “ 그 아인 너를 때림으로써, 그리고 다른 여자들을 만남으로써 자신이 더 강한 남자가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구나. 하지만 그런 행동들은 약함을 드러낼 뿐이야…” - 358

 

“남편이 아내를 때린다면요? 그건 이혼의 근거가 될 수 있지 않나요?” 퍼빈이 희망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방에 목격자가 두 명 있었어요. 통가 마부도 있고요”

“폭력이 극심했을 경우에 한해서”...”법원이 법적 별거를 허락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넌 한쪽 눈을 실명하지도, 칼레 찔리지도 않았잖니. 병원에 가지고 않았고 말이야. 따라서 그런 주장을 펼칠 수는 없다”

“그 애가 왜 별거를 원하겠니? 다시 결혼할 수도 없을 텐데. 넌 그에게 잃어버린 재산이나 마찬가지야” - 364

 

뭄타즈는 퍼빈이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 문제를 정확히 건드렸다. 무크리가 가진 권력을 고려했을 때 그가 부인들을 함부로 다뤘을 가능성은 다분했다. 게다가 뭄타즈는 위계질서의 제일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었다. - 421

 

“물론이죠. 푸르다 생활을 끝내는 게 생각만큼 어렵진 않더군요” 라지아가 손님들로 붐비는 식당을 여유만만하게 둘러보며 말했다. “아미나는 날 자기 학교에 데려가거나 나한테 도시 명소를 보여주기를 즐기고 있어요. 아무도 우릴 귀찮게 하지 않던걸요. 모두가 날 정중하게 대하는 걸로 봐서 내가 엄마라는 걸 아나봐요” - 580

 

“당신은 우리랑 같이 안 가도 돼요. 우린 이제 은행 계좌도 있고, 필요할 경우 내가 뭄타즈를 도와주면 되는걸요”

..

퍼빈은 이의를 제기하려 했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는 걸 곧 깨달았다. - 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