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재미나냐 아니냐를 떠나, 설정 자체가 섬뜻해요. 공포 영화라고 하는데...음...그냥 스릴러 영화라고 해도 될 것 같고…가만 생각하면 저런 상황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공포일 거에요.
세실리아는 남편 애드리안을 피해 집에서 도망쳐요. 애드리안은 모든 걸 지 맘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 거든요. 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내의 생각이나 감정까지 조종하려고 들어요.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지 말지까지요.
침실을 포함해 온 집안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있고, 심지어는 함께 살고 있는 개의 목에 도망을 못 가도록 전기 충격기까지 달아 놨지요.
겉은 멀쩡해요. 흔히 말해 돈도 많고 성공한 놈인 거지요.
세실리아가 도망쳐 다른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어느날 그 놈이 찾아와요. 그 놈이 찾아온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에요. 영화 제목처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옷을 입었거든요.
그때부터 세실리아를 또 괴롭혀요. 세실리아가 마치 미친 것처럼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도록 일을 꾸미기도 해요. 결국 세실리아는 정신병원에 갇혀요.
모두들 세실리아가 이상하다고 해요. 세실리아가 있지도 않은 일을 꾸미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본다고 하는 거에요.
아무도 세실리아를 믿지 않고 세실리아 혼자 고립된 상태에서, 애드리안의 동생이 세실리아를 찾아와서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을 애드리안에게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하지요.
영화의 끝부분에 세실리아가 애드리안을 죽여요. 나쁜 놈을 죽여서 속이 시원하다기보다는...이 일이 결국 누가 하나 죽어야 끝난다고 하니 그게 더 무서워요.
세실리아가 애드리안에게 말했지요. 나는 그저 평범한 여자라고. 이제 그만 나를 놔주면 안 되겠냐고 사정까지 해요.
하지만 애드리안은 그럴 마음이 없어요. 끝까지 지배하고 통제하고, 자신의 아이를 낳게 만드려는 거지요.
남자가 학대하고 통제하고 조종하는 것을 못 견뎌 집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조용한 희망>이라는 드라마에서도 그랬지만, 집을 나오면 당장에 오갈 곳도 마땅찮고 돈도 없고 그렇잖아요.
집을 나왔다고 해도 일이 끝난 게 아니에요. 언제 그 놈이 찾아와서 해꼬지를 할지 모르니 집 밖을 나가기가 두려워요.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에 먹을 것은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그 놈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트북의 카메라까지 가려야 해요.
폭력의 피해는 자신을 넘어 주변으로까지 퍼져나가지요. 애드리안은 세실리아의 언니를 죽여요.
뉴스에도 나오는 이야기지요. 남자의 폭력을 피해 다른 가족의 집에 피해 있는데, 남자가 그 집까지 찾아와서 행패를 부린다는 거.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섬뜻했다는 것은, 이 영화가 공포 영화라서라기보다는 인간의 마음과 육체와 관계까지 처참하게 파괴하려는 그 놈 때문이에요. 지배하고 차지하기 위해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 놈의 집요함 때문이기도 하구요.
영화에는 그 놈이 죽어버려서 다행이지만...현실에서는…
제가 보고 들은 폭력과 협박과 집착과 광기들까지 떠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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