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을 누가 부정하겠습니까. 그런데 한국이 자본주의 사회로 바뀐지는 얼마되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한국에서 삼성의 힘과 영향력이 지금보다는 확실히 작았던 것 같아요. 돈에 대한 감정(?)도 달라서, 돈이 많다는 것을 지금처럼 자랑으로 여기거나 부러워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돈 많다고 자랑을 하면 오히려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지요.
100년 전만해도 한국 사람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거나 그와 관련됐을 거에요. 그 당시에는 기업이나 공장 같은 것도 많지 않았고, 노동자라는 존재도 아주 적었겠지요. 주식이니 무역이니 하는 것들도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었을 거구요.
150년 전은 어떨까요? 국가에 세금을 내는데 돈이 아니라 다른 현물로 세금을 내곤 하지 않았나요? 돈이란 게 사용되긴 했겠지만 그리 활발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상인이란 존재가 있기는 했겠지만 그리 좋은 대접을 받지는 못했을 거구요.
유럽은 어떨까요?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먼저 자리잡았다고 하는데, 그러면 자본주의 이전은 어떤 사회였을까요? 자본주의는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걸까요? 자본주의가 아니던 사회가 자본주의로 변하는데는 어떤 사회적 조건이 필요했을까요?
이 책은 시장, 상인, 화폐, 회사, 국가 등 자본주의가 발생하는 과정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보여줍니다.
늘 그리 살아와서 별 의문 없이 여기던 것들도 가만히 보면,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어쩌다 발생을 해서 지금은 주류가 된 것들이 많더라구요.
지금 현재의 우리, 우리의 삶,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어요. 감사합니다 ^^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2 : 교환의 세계>, 까치, 2009
런던 시장의 조직화가 가져온 또 다른 영향은 전통적 시장인 공개시장의 해체이다..이 공개시장은 생산자-판매자와 도시의 구매자-소비자를 직접 만나게 하는 "투명한" 시장이었다. 그런데 양자간의 거리가 이제 너무나 멀어져서 소시민들의 수준에서 그 간격을 전부 넘는다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제3의 인물"인 상인은 오래 전부터, 적어도 13세기부터 등장하여 특히 곡물 무역을 위해서 시골과 도시 사이를 매개하고 있었다. - 45
토지와 산업의 산물만이 아니라 토지 재산, 화폐...그리고-인간 그 자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노력인 노동이 시장을 거쳐간다. - 55
토지 역시 마찬가지 변화를 겪었다. "토지"는 마침내 시장 속에 휩쓸려들어가 소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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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에서 판매, 구입, 전매를 통하여 토지의 주인이 끊임없이 바뀌었다. - 56
우리에게 문제로 남는 것은 어떻게 인간이 적어도 인간의 노동이 상품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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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제노바 주재 프랑스 영사…"각하,나는 사람을 돈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듣습니다." 그러나 이에 비해 리카도는 거침없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노동은 다른 모든 사물과 마찬가지로 사고 팔 수 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노동시장-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실제의 노동시장-은 산업화 시대에 가서야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동시장이란 그 살마이어떤 출신이든 간에 상관없이 전통적인 "생산수단"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팔기 위해서 내놓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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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제공할 만한 것은 오직 그의 손과 팔, 즉 그의 "노동력"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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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이렇게 세놓고 판매하는 사람은 시장이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서 전통 경제를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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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9년에 보헤미아의 작은 광업 도시인 요아힘스탈의 행정관들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편은 돈을 대고 또 한편은 일을 한다" 자본과 노동이 때이르게 조우한 사실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할길은 다시 없을 것이다. - 59
물론 시골에서는 화폐가 진짜 의미의 자본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다만 토지를 구입함으로써 사회적 상승을 노리는 데에만 쓰이거나 아예 퇴장되어버리곤 한다. - 69
자본(capital: ‘머리’를 뜻하는 후기 라틴 어 카푸트caput에서 유래)이라는 말은 12-13세기경에 등장했는데 그 뜻은 자금, 상품 스톡, 많은 금액의 돈, 혹은 이자를 가져오는 돈이었다. 그러나 그 말은 엄격하게 정의되지는 않았다. 이때의 논의는 무엇보다도 이자와 고리대금업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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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과 그것이 가리키는 현실 모두 시에나의 성 베르나르디노가 한 설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득을 많이 만드는 수단을 보통 자본이라고 부른다” - 327. 328
부유한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은 얼마든지 있었다 : 돈을 가진 사람, 세력가, 큰 손, 돈 많은 사람, 백만장자, 졸부, 재산가; 이 마지막 말은 청교도들에게는 금지된 단어 중의 하나였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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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말들은 전부 경멸하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케네가 1759년에 “화폐로 된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국왕도, 조국도” 몰라보는 사람들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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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5년에 네덜란드가 기아나의 수리남에 식민지를 건설한 데 대해서, 장래 제헌의회 의원이 도리 말루에는 기업가와 자본가를 구분하여 이렇게 설명했다 : 기업가는 현지에서 플랜테이션과 배수운하의 건설을 기획한다; “그리고는 이 사업에 돈을 댈 유럽의 잔보가를 구해서 자금을 얻는다” 자본가란 점점 더 돈을 다루는 사람, 자금을 빌려주는 사람과 같은 듯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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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본가라는 말은 대체로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사용하여 더욱 많은 돈을 벌려는 사람을 가리켰다. - 333, 334
그 자본주의가 우연히가 아니라 어떤 곳을 선택해서 자리잡았다는 것은 어떤 곳만이 자본의 재생산에 유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 338
토지 구매는 아주 흔히 사회적인 허영을 반영하는 것이다. 나폴리 속담은 “돈 있는 자는 땅을 사서 귀족이 된다”라고 말한다. 땅이 있다고 곧바로 귀족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어쨌든 그것은 귀족으로 사회적 상승을 하는 길이다. - 353
상인들이 모두 똑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고 그들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평등하며 상호 호환적인 나라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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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11세기에 경제가 깨어나면서부터 불평등이 더욱 현저해졌다. 레반트 무역에 다시 참여하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도시들에서는 대상인 계급이 확고히 자리를 잡아갔고, 이들은 곧 도시 지배귀족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계서화는 다음 세기들 동안 경제가 번영할수록 더욱 굳어졌다. - 529
이것은 단지 용어 차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명백한 사회적인 차이가 있어서, 사람들이 이로부터 괴로움을 겪거나 자만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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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9년 옹플뢰르의 도매상이었던 샤를리옹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결코 소매상인이 아니다. 나는 대구 장사꾼이 아니라 위탁 중개업자이다.” 즉 그는 위탁을 받고 일하는 상인, 다시 말해서 도매상인이라는 말이다. 반대편에서는 부러움을 넘어서 거의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안트워프에 있던 한 베네치아 인은 그의 상업활동에서 반 정도밖에 성공하지 못하자 “국왕의 미움을 사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더욱 증오의 대상이 되는 대상업회사” 사람들에게 험담을 해댔다. 이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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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당하는 사람들 중에는 물론 소상인들도 포함된다. 그러나 바로 이 소상인들 자신은 자기 손으로 직접 일하며 살아가는 가게의 장인들을 비웃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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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세계의 계서제의 하층에는 수많은 행상인, 거리에서 소리치며 물건을 파는 식료품 상인, “돌아다니는 시장 사람들”, 소매상인, 가게 주인, 비천한 잡화 상인, 곡물 상인, 음식 소매상인 등을 볼 수 있다. - 531, 532
데포에 따르자면 1720년경에 런던의 대상인들은 갈수록 많은 하인들을 두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귀족들처럼 제복을 입힌 하인들까지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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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하인들이 어찌나 흔해졌는지 사람들은 이들을 “장사꾼의 시동”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귀족들은 갑자기 자기 하인들에게 푸른색의 옷을 입히려고 하지 않았다. 대상인들에게는 모든 삶의 방식과 오락이 바뀌었다. 전세계를 상대로 수출입을 하면서 부자가 된 상인들은 중요한 인사가 되었으며, 국내 교역에만 만족하는 중간 등급의 상인들과는 전적으로 다른 계급이 되었다. - 536
단수로든 복수로든 사회의 계서제라는 것은 사회라는 말이 담고 있는 평범하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나타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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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의 일부가 소비되지 않고 축적되는 모든 사회는 계급갈등을 내포하고 있다”는 알랭 투렌의 말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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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현실 사회를 뒤집어 생각하여 상상한 유토피아적인 사회도 대개는 계서제를 이루고 있따. 그리고 올림포스 산정에 위치한 그리스 신들의 세계 역시 계서제를 이루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 656
사회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루 카테고리라기보다는, 부와 권력의 면에서 전체 덩어리를 정상과 기반으로 나누어놓는 기본적인 불평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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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부와 생산의 잉여 중 많은 부분이 이들에게 돌아간다 “ 통치, 관리, 지휘, 의사결정, 투자 과정의 장악-그러므로 생산의 장악-이 이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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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일은 특권층이 언제나 아주 소수라는 점이다. - 662
우리는 볼테르의 다음과 같은 말로 결론을 대신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잘 조직된 나라에서는 소수의 사람들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고, 이들을 통해서 먹고살아가며, 이들을 통치한다” - 670
부르주아지는 상품거래를 통해서 스스로 사회 상층으로 올라갔다. 경제가 큰 활력을 띰에 따라서 때로는 아주 빠른 속도로 거대한 상업상의 부가 형성되었고 사횢거 상승의 문은 활짝 열렸따. - 679
그보다 중요한 것은 법률적 조사에 의거한 것이다. 이것은 문제의 사람이 “귀족적으로 산다”는 것(즉 자기 손을 놀려서 일을 하지 않고 불로소득으로 산다는 것)과 그의 부모 및 그 조상들도 그렇게 귀족적으로 살았다는 것이 만인이 알고 있는 사실임을 증언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 688
피에르 세기에는 16세기에 토지, 공직, 고리대금으로 탄탄한 부를 쌓아서 신”귀족층”이 된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그 자신이 왕정에 대한 무조건적인 봉사자로서 중요한 정치 경력을 쌓았다. 1635년 이후 상서였고 푸케의 재판 때에는 무자비한 재판관이었던 그는 한편으로 문화수준이 높은 인물이었다. 위엄 있는 서재에서 책을 손에 든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이 그점을 보여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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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귀족이 된 대부르주아는 도시의 아름다운 저택과 성 그리고 시골 거주지를 왕래하며 예전처럼 균형잡히고 합리적인 삶을 살아갔다. 그들의 삶의 즐거움이자 자랑은 인문주의적 교양이다. 그들이 가장 큰 즐거움을 삼는 곳은 서재이다. 이들을 포장해주고 또 이들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문화적 최전선은 라틴 어, 그리스 어, 법학, 고대사 자연사 등에 대한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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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진짜 귀족이 공유하고 있는 사항이 있다면 그것은 노동과 상업을 거부하고 무위도식을 즐긴다는 것인데,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독서하고 동료들과 유식한 토론을 즐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 690
거대한 하인의 세계는 언제나 열려 있는 유일한 노동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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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층 사람들은 비록 그들의 주인이 형편없는 자라고 하더라도 복종해야만 했다. 1751년에 나온 파리 고등법원의 한 법령은 자기 주인을 모욕한 하인에게 말뚝에 목을 매놓는 형벌이나 추방에 처한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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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에서 프랑스만 이야기했으나 이 나라만 예외였던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나 국왕, 국가, 계서제를 이루는 사회는 복종을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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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폴 사르트르가 1974년 4월에 사회의 계서제를 없애야 하며 다른 인간에게 종속되는 일을 금지 시켜야 한다고 썼을 때, 내 생각에 그는 정말로 핵심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다. - 732
로마 교황청에 충실한 유럽 지역에서는 반동이 더욱 심각해져 급기야는 1745년 11월1일에 교황 베네딕투스 14세가 “빅스 페르베니트”라는 칙서를 통해서 이자를 받고 돈을 대부하는 행위에 대한 과거의 금지 조치를 재확인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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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7년에는 “교회법이 금지하는 모든 종류의 고리대금업<다시말해 이자를 받는 대출>을 금지하는” 파리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고, 1789년 10월12일자의 법령이 나오기까지 이것을 계속해서 범법 행위로 금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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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라테란 공의회(1139)에서는 회개하지 않는 고리대금업자에게는 교회의 성사를 박탈하고, 기독교도의 땅에 매장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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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은 명백하다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미워하는 것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이 과정에서 돈은 교환을 활성화시킨다는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생산적(돈이 돈을 낳는다는 의미에서/역주)이 된다. 여기에서는 이자가 돈을 불려놓는다. - 802-805
하느님을 만나기 직전의 최후의 순간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나머지 고리대금을 취소하는 일이 많았다 -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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