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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파딜라-<엘리트 스쿼드 2>를 보고

순돌이 아빠^.^ 2022. 5. 16. 09:50

 

일교차가 커서 그런지 몸도 무겁고 머리도 띵하고 그래서 영화나 보자 싶었습니다. 뭔가 집중해서 봐야 하는 영화는 부담스러워서 그냥 냅다 나쁜 놈들 때려잡는 영화를 골랐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냅다 나쁜 놈들 때려잡는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영화가 <내부자들>이나 <부당거래>를 닮아가더라구요.

 

범죄와 언론, 정치 그리고 경찰까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거지요. 

 

놀라운 것은 그짓을 하던 놈들이 처벌도 받고 깜방에도 가지만,  또 다른 놈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겁니다. 몇 놈은 날라갔지만 그 시스템은 유지되는 거지요. 

 

<엘리트 스쿼드 2>는 마치 <내부자들>의 강한 맛이라고 할까 싶어요. 

예전에 브라질 친구가 어젯밤 자기 동네에서 있었던 일이라며 영상을 보내 준 적이 있어요. 정말 갱들끼리 총 싸움을 하는 장면이 담겼더라구요. 다다다다~~~

 

브라질이 어떤 나라인지는 잘 몰라요. 가끔 언론에 나오는 걸 보면 마약과 조폭 문제가 아주 심각한가봐요. 한국도 그렇듯이, 이런 범죄가 언론과 정치, 경찰과 검찰까지 쭈욱 얽혀서 서로에게 이익을 주고 있을지도 모르구요.

또 하나 닮은 점은 그런 막장 같은 상황에서도 비뚤어진 것을 바로잡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에요. 때로는 노동운동이나 인권운동을 하며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 살해당하기도 하면서. 

 

영화는 변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 해요. 어떻게 보면 큰 시스템은 변하지 않고, 한 놈 날라가면 다른 놈이 나와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현실도 그렇지요.

 

그리고 또 가만히 보면 변하지 않는 그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엘리트 스쿼드 2>에 보면 프라가라는 인권운동가가 의원이 돼서 부정부패에 맞서 싸우는 장면이 나와요. 프라가도 총격으로 죽을 뻔 했지요.

주인공인 나시멘투도 처음에는 경찰로써 마약 갱들과 싸우지만, 나중에는 거대한 시스템에 맞서서 용기 있게 온갖 사실들을 까발리지요. 친구가 죽고, 아들이 총에 맞고, 자신도 갱들이 쏘아댄 총에 죽을 뻔했지요.

 

세상은 그렇게 변해온 것 같아요.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여성들은 여성단체를 만들어서 여성에 폭력을 멈추라고 시위를 하고, 시민들은 편지로 이메일로 국회와 언론을 압박하고, 의원들은 법과 제도를 바꾸고…그러면서 세상은 느리지만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요.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낸 사람들.

짧은 시간을 놓고 보면 늘 그대로인 것 같고, 늘 그자리인 것 같지만 긴 시간을 거슬러 보면 그래도 이만큼 변해온 거지요. 그래도 가야할 길이 아직 이만큼이나 남아 있는 거구요. 

 

변하지 않기도 하고

변하고도 있는 시스템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