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세상의 다른 모든 사람을 변화시키거나 가르칠 수는 없다. 그런 일은 아무도 해내지 못했다. 예수 그리스도일지라도 자기가 그런 일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그 방면에서 세계 기록을 세운 사람은 아직 없으며 지금처럼 험하고 불안스러운 시기에는 특히 그렇다. 모든 인류를 한꺼번에 구원하려는 실험은 이제 실현가능성이 지독히 의심스러워 보인다.
그리 길지 않은 내 인생에서도 이런 지긋지긋한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자기가 인류를 올바른 길로 돌려놓으라는 소명을 부여받았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인류 전체는 아닐지 모르지만 최소한 자기 나라 국민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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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 전매 특허권자들끼리는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자기 말에 반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두사람 모두 기분이 나빠지면 아주 거친 말투로 욕하는 재주가 뛰어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들이 구원하겠다고 계획하는 바로 그 국민들을 전적으로 경멸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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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특별한 것이 없는 일반인들, 깨끗하다기보다는 더러운 편에 속하는 일반인들을 경멸하는군요. 그렇다면 왜 스스로를 예언자이고 구세주라고 자처합니까?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 - 428
두 번째 구세주가 스탈린임이 분명히 밝혀졌으면 좋겠다. 그가 맑스주의자이자 공산주의자였으며 또 무신론 국가의 수장이었고 종교 신자들을 탄압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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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에게 이데올로기, 믿음, 이념, 원칙 같은 게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스탈린은 학정을 자행하고 사람들을 공포와 죄의식으로 묶어두기 쉽게 해주는 것이라면 어떤 주장이라도 견지했다. 지도자이신 스승님께서 오늘은 이런 말을 했지만 내일은 또 다른 소리를 할 것이다. 그는 권력을 자기 손에 계속 쥐고 있는 한, 자기가 무슨 말을 했든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중 가장 기가 막힌 것이 스탈린과 히틀러의 관계다. 스탈린은 히틀러의 이데올로기가 무엇이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히틀러가 자신을 지지해주고 영토도 확장하도록 도와주리라는 판단이 내려지자 그는 곧바로 히틀러와 친구가 되었다. 독재자와 사형 집행인에게는 이데올로기가 없다. 단지 광적 권력욕만 있을 뿐이다 - 430
- 솔로몬 볼코프, <증언-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회고록>, 온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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