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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평평론자·기후위기 부정론자 만나봤습니다만>를 읽고

순돌이 아빠^.^ 2022. 11. 26. 11:56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68862.html?_ga=2.225757660.752541427.1669428102-1206424594.1669207548

 

지구 평평론자·기후위기 부정론자 만나봤습니다만 [책&생각]

과학 안 믿는 이들과 과학적 소통 가능할까 지구 평평론자 학회 찾아 대화 시도한 철학자이들에게 중요한 건 사실·증거 아닌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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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저도 관련 영상과 이를 반박하는 영상 또한 찾아봤습니다.

제 의견은…그래도 지구는 둥글다 입니다. 

KOSMOS

나중에 지구는 둥글다 라는 주장을 반박할 보다 명확한 근거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주장을 유지할 생각입니다.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진 분이 계시다면, 님의 의견 또한 존중합니다. 그러니 저를 논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제가 아는 A가 하루는 자기가 요즘 찾아뵙고 있는 스님이 아주 용한,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주머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알아맞춘다는 것이었습니다.

1.그 주장이나 의견 자체가 황당합니다. 관심법과 투시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유리겔라의 불교판인가 싶었습니다.

2.설사 관심법과 투시력을 가지고 있다고 치지요. 그래서 어쨌다는 겁니까? 불교의 종교인인 대중에게 전해야 할게 관심법과 투시력입니까?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그런 신비한 능력인가요?

마스타니 후미오. 아함경. 현암사

아무튼 중요한 것은 A가 그 스님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직접 그 절에 가봤습니다. 

가보니 어떻더냐구요?

한마디로 말해서 사기꾼이었습니다.

주로 여성들인 신도들이 남성이 그 스님을 위해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돈도 갖다 받치고 있더라구요.

그러면 A한테 말해서 그 절도 스님도 멀리하게 하지 그랬냐구요? 

말이 통하겠어요?

내가 가만히 보니 네놈 머릿 속에는 마군·이가 가득하구나. 태조왕건

어느날 만나면 여기에 빠져 있고, 한참 뒤에 만나면 저기에 빠져 있는 A입니다. 만날 때마다 장황하고 그럴싸하게 온갖 이야기를 늘어 놓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고 어이 없는 이야기이지만 말입니다.

그러면서 늘 저보고 같이 그런 일에 참여하라고 합니다. 제 주변 사람들까지 데려오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라도 살려면 A를 멀리할 수 밖에요.

그러면 A는 왜 제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고, 저에게까지 동참을 권했던 걸까요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된다는 주장. YTN

48시간 동안 ‘적진’에 머무른 끝에 지은이는 또 하나의 인사이트를 얻는다. “지구 평평론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이들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 지구 평평론은 그들에게 응원할 팀을 제공했고 그들의 불만감을 충족시켜 주었다.” - 위 글 가운데

사람들을 묻습니다. 이래 저래 하니 트럼프도 윤석열도 거짓말쟁이라고. 어떻게 그런 놈들을 지지할 수 있냐고.

그렇게 설명하고 논거를 제시하고 따진다고 해서 생각이 바뀌나요? 생각이 바뀌기는커녕 차근하고 진지한 대화라도 되나요?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답을 얻기 위해 논증을 했다.” 무지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보호하려다 과학 부정론자가 됐다고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 위 글 가운데

KBS

무조건 대화나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저런 논거나 증거를 제시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A에게 투시력이 사기라는 것을, 그 스님을 앞에 놓고 실제로 실험을 해서 증명해 보인다고 해도 A가 과연 얼른 인정했을까요? 물론 그 스님이 그런 실험에 응하지도 않겠지만 말입니다.

박정희 숭모제. 연합뉴스

어떤 사람들은 히틀러가 신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고, 어떤 사람들은 박정희가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증거는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그런 사람들과 대화나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나 접근이 필요할 겁니다. 무엇이 옳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단 대화나 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식사 내내 저자가 제시하는 지구가 둥글다는 모든 증거를 모조리 반박(?)한 그는 ‘이 질문’을 받고서야 마침내 머뭇거린다. “선생님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증거가 필요할까요?” 그를 잠시나마 무장해제시킨 건 ‘증거’가 아니었다. 상대로 하여금 스스로의 신념을 재검토하게 유도하면서도 당신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점을 피력하는, 사려 깊은 ‘질문’ 그 자체였다. “과학 부정론자와 대화하는 목표는 그들에게 의심의 기회를 만들어주어 다른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다.” - 위의 글 가운데

때로는 그 믿음의 사실 여부보다는, 그런 믿음을 갖게 된 과정이나 이유, 그런 믿음을 가짐으로써 얻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나눠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따지고 윽박지르고 논박하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관계나 대화의 과정에서 더욱 그럴 겁니다.

따지고 논박할수록 그 믿음과 정체성을 오히려 강화할 수도 있는 거구요.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발언을 수차례 했던 대표적 과학 부정론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그레타 툰베리가 그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위의 글은 과학에 관한 글이기도 하고, 인간에 관한 글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으나, 기자의 이야기만으로도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따뜻한 햇살이 비추면
우리는 겨우내 입었던
두터운 외투를 벗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