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죽인 수백만의 무고한 사람들, 볼셰비키 용어로 “객관적인 적”은 자신들이 “죄 없는 범죄자”임을 알고 있었다. 정권의 옛 적-정부 관료의 암살자, 방화범과 강도-과는 구분되었던 이 새 범주의 사람들은 나치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수동적으로” 반응했다.
…
1931년의 흥미로운 OGPU 보고서는 이 새로운 “완벽한 수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무작위적인 테러가 산출한 끔찍한 무관심이다.
보고서는 정권의 적들을 체포하던 과거의 방식과 현재의 대량 체포의 차이를 언급하는데, 과거에는 “한 사람을 두 명의 민병대원이 체포하여 데리고 갔다면” 이제는 “한 명의 민병대원이 한 집단의 사람들을 체포해 가지만 이들은 순순히 따라가고 아무도 도망가지 않았다” - 71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1>, 한길사
그 많은 유대인들이, 소련인들이 잡혀가서 죽고 수용소에 갇혔지만
도망가지도 않고 저항하지도 않았다는 것.
이런 일을 벌인 놈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도망도 저항도 하지 않았냐는 것.
무엇이 그들을 그런 인간으로 만들었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요.
아예 몰랐던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끌려가고 사라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똑같은 길을 따라 갔을까요
생명체라는 것이 다른 것도 아니고 죽음의 위기 앞에 서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벗어나려고 할텐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요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교사의 말한마디면 거의 모든 것이 가능했지요
담임 교사 1명이 50-60가량의 학생들을 완벽하게 통제했구요
일어나라고 하면 일어나고 앉으라고 하면 앉고
말하라고 하면 말하고 입다물라고 하면 입다물고
줄을 서라고 하면 줄을 서서 차례차례로 맞았지요
아무도 도망가지 않았고 저항하지도 않았지요
엉덩이에 피가 나도록 맞아도 항의를 하기는커녕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거나 학대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요
늘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다른 길이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만약 어느 학생이 폭력을 행사하는 교사에게 맞서 싸웠다면
교사들은 물론이고 학생들조차 교사의 편에 서서 그 학생을 말리거나 나무랐지 싶어요.
쪽팔려서라도 그렇게 두들겨 맞았다는 것을 남들에게 말하지 않았고
부모들도 니가 잘못을 했으니까 맞았겠지라고 했지요
때린 자는 죄책감이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했고
맞는 자는 고통스러워도 무기력하게 따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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