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 폴란드에서 저지른 살인과 마찬가지로 그 조치는 돌이킬 수 없는 대량 학살로 이어졌다. ‘안락사 계획’이라고 에둘렀지만 1939년 가을부터 정신병자와 불치병 환자를 죽이는 그 사업은 나중에 오는 본격적인 절멸 사업의 신호탄이었다. 유럽에서 유대인의 씨를 말리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것은 히틀러가 이념적 ‘사명’을 완수하기로 결심하고 벌이는 전쟁과 맞닿아 있었다. 10월 어느 날 히틀러는 지도자가 쓰는 전용지에다 전쟁이 시작된 1939년 9월1일로 날짜를 못 박아서 비서로 하여금 다음 문장을 받아 적게 했다. “전국지도자 불러와 의학박사 브란트는 용태를 신중히 평가하여 불치의 병으로 판정된 자에게 자비로운 죽음을 안겨줄 수 있는 쪽으로 해당 의사의 권한을 확대하는 책임을 맡는다.” 히틀러는 무제한 사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