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여성.가족 1304

결혼과 부부, 그리고 복종과 폭력

릴라는 자신이 그 빌어먹을 사내들이라는 단어를 거친 사투리로 내뱉는 순간, 스테파노가 평정심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테파노는 그 커다란 손으로 릴라의 얼굴을 때렸다. 너무나 강한 충격에 마치 모든 진실이 폭발하듯 눈앞에 드러나느 것처럼 느껴졌다. 릴라는 놀라움과 불타는 듯한 뺨의 고통에 흠칫했다. ... 스테파노는 릴라를 쫓아다니기 시작한 이래로 처음으로 침착성을 잃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따. "왜 나를 이렇게까지 하게 만드는 거야? 왜 그렇게 도가 지나쳐?" ... "틀린 것은 아무것도 없어. 리나. 몇 가지만 확실하게 하면 돼. 당신 이름은 이제 체룰로가 아니야. 카라치 부인이라고. 그러니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해 - 42 지금 이 순간 릴라에게 가장 두..

엘레나 페란테, <나의 눈부신 친구>를 읽고

정말 정말 재미나게 읽었어요. 레누와 릴라, 두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녀들을 둘러싼 사람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뭐랄까...생동감이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정말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 같아요. 많은 것들이 저나 우리가 겪었던, 그리고 느꼈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였구요. 게다가 제가 잘 모르는 여성들의 삶과 마음에 대해서도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좋은 작품을 읽고 나면 세상과 사람이 다르게 보여요 뭐랄까...좀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고 할까요...아님 2차원의 세상이 3차원의 세상으로 보인다고 할까요 나 자신이 겪었지만 그게 뭔지 잘 몰랐던 것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구요 어느새 11월이 시작되네요 연말이 되면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에요 ^^ 엘레나 페란테, , 한길사,..

남성을 기사 또는 보호자로 여기는

나는 한없이 방황했고 종종 이런저런 공상에 잠기곤 했다. 한 번은 알폰소와 함께 메리디오날레 가를 걷는데 문득 그가 도시의 모든 위험에서 나를 지켜주는 기사처럼 느껴졌다. 릴라와 나를 세상의 사악함에서, 그들의 아버지에게서 우리들의 인형을 되찾으러 현관문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서 처음으로 느꼈던 그 사악함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 바로 카라치 집안의 두 형제라는 사실이 멋지게 느껴졌다. - 340 - 엘레나 페란테, , 한길사, 2020

남성의 질투와 폭력

"너 날 가지고 노는구나? 예전에 네가 날 칼로 위협했떤 거 기억해? 똑똑히 기억해둬. 네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면 나는 너를 위협하는 걸로 끝내지 않을 거야. 널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어" 릴라는 어떻게 해야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언제나 무기를 몸에 지녔다. 하지만 실은 그녀도 두려웠다. - 302 - 엘레나 페란테, , 한길사, 2020 세상 강한 척 힘을 주고 온갖 것을 할 수 있을 것처럼 허세를 부리더니 제 감정 하나 어찌하지 못해 상대를 위협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결혼, 여성에 대한 지배와 폭력

마르첼로는 릴라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약혼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고 생각했다. 아니 약혼자라기보다는 자신이 릴라의 주인이라도 되는 양 행동했다. 처음에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만 보다가 이제는 그녀에게 억지로 키스하려 하기도 하고 낮에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났는지,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는지, 다른 남자와 옷깃이라도 스치지 않았는지 캐묻기 시작했다. - 301 - 엘레나 페란테, , 한길사, 2020 결혼 전에는 간도 쓸개도 다 빼줄듯이 하고 오직 너만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칠 듯이 하다가 결혼을 하고 나면 잡은 물고기에 밥 안 주는 것을 넘어 마치 여성은 자신의 소유물이고 자신은 주인인양 행동하는 남성이 있지요 둘이 함께 행복과 기쁨을 만들어가기보다 여성을 도구로 이용해 제 욕심만..

이야기를 하는 남성과 이야기를 듣는 여성

나는 그에게 내 지적인 면모를 보이고 싶어서 그의 말을 끊고 내 의견을 이야기해보기도 했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니노는 내가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어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야기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가 원하는대로 해주었다. 니노가 말하는 내용은 내가 다루기 힘든 주제이거나 꼭 그렇지 않더라도 니노처럼 확신에 차서 이야기할 수는 없는 주제였다. 니노는 강한 억양의 표준어로 무미건조하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 285 - 엘레나 페란테, , 한길사, 2020

가족, 폭력이 넘쳐나는

그렇다고 리노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 후로도 리노는 릴라에게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가했따. 릴라를 만날 때마다 새로 생긴 멍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릴라도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 268 아저씨는 마르첼로의 제안은 릴라의 미래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 릴라는 아버지 못지않은 침착한 태도로 마르첼로와 약혼하거나 결혼하느니 저수지에 빠져 죽는 편이 낫다고 했다. ... 페르난도 아저씨는 이미 침착성을 잃고 릴라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릴라가 그 정도로 중요한 제안을 거부한다면, 그녀를 위해서라도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버리겠다고 했다. - 272 - 엘레나 페란테, , 한길사, 2020

폭력과 두려움

눈 깜짝할 새에 리노가 주먹 한 방으로 그를 쓰러뜨리고는 소리쳤다. "나보고 뭐라고 했어? 제대로 못 들었으니 다시 말해봐. 파스콸레, 너는 이 자식이 날 뭐라고 불렀는지 들었어?" 우리들은 웃다가 말고 갑작스레 두려움에 떨었다. ... "저 자식이 나보고 촌놈이라고 한 것 들었지? 나한테 촌놈이라고 했다고! 촌놈!" 리노는 다시 헉헉대며 말했다. - 254 - 엘레나 페란테, , 한길사, 2020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것이고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방법이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낯선 것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움츠러들게 하고 두려움에 말문이 막히는 방법이기도 그동안 당해 왔던 것도 두렵고 다시 그런 상황에 빠질 것 같아 두렵고 내가 도저히 어찌 통제할 수 없는 무력감이 들기도 하는

소위 '여자가 할 일'을 수용하고 익숙해지게 만드는

한동안 아무도 신발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았다. 릴라는 자신의 역할은 어머니를 도와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빨래를 해서 너는 것이라고 마음을 정리했고 다시는 구둣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 그러고는 릴라에게 자신의 양말이며 속옷, 셔츠를 서랍에 잘 정리해놓으라고 하고 일을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자신의 시중을 들게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화를 냈고 여자애가 셔츠 하나 다리지 못하느냐는 식으로 말했다. 릴라는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말대꾸하지 않고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냈다. - 237 릴라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면 이따금 신발을 숨겨둔 방으로 가서 신발을 어루만져보았다. 잘 만들었건 못 만들었건 신발을 완성했다는 사실과 이 신발이 자신이 그린 글미에서 생겨났다는 사실에 ..

새로운 삶을 위한 격려

"이제 뭘 할 거니?" "일자리를 찾아봐야죠" 순간 선생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넌 공부를 계속해야 해" ... 올리비에로 선생님이 정말 부모님께 내가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러 오면 부모님은 또다시 싸우기 시작할 테고, 나는 그런 상황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지금 이대로가 좋았다. 어머니를 돕고, 문구점에서 일하고, 통통하고 건강하지만 못생긴 여드름투성이의 내 얼굴을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올리비에로 선생님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빈곤 속에서 뼈빠지게 일하면서 말이다. - 157 - 엘레나 페란테, , 한길사, 2020 방향을 잃거나 용기가 부족하거나 망설임이 많을 때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자꾸 좌절하게 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