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도 기쁨도 여유도 잃어버린 정치인/지배자
히틀러의 온 존재가 전쟁을 치르느라 소진된 것은 사실이었다. 전쟁 전의 느긋하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지엽적인 일을 못 견뎌하고 일상적 화제와는 거리가 두고, 웅장한 건축 사업에 몰두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젊었을 때처럼 한껏 게으름을 피면서 시간을 느긋하게 쓰던 모습도 사라지고, 히틀러는 이제 빽빽한 일과표에 쫓겨서 늘 군사 전술의 세부에 신경을 썼지, 매일매일이 똑같은 판에 박힌 생활에서 전쟁 수행과 무관한 활동을 할 짬은 통 남겨 두지를 않았다. 밤에는 잠을 잘 못 잤고, 아침에는 늦게 일어났고, 낮과 초저녁에는 군 지도자들과 극도로 긴장해서 회의를 했다.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는데 그나마도 방에서 혼자 먹었다. 셰퍼드 블론디를 데리고 잠깐 산책하는 것 말고는 운동도 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