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 1642

정치, 개인의 정신이나 심성까지

바야흐로 개인의 외부적 물질적인 생활만이 아니라 내면적 정신적 영역의 구석구석까지 정치가 스며들게 되었다. 라디오를 틀게 되면 라디오에 하나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들어 있다. 신문을 보면 신문 역시 그런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기사를 쓰고 있다. - 421 특히 서유럽에서 종교와 정치라는 문제가 현재 모든 내면생활을 포함시키려고 하는 ‘정치화로의 경향’의 집중적인 표현으로서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카톨릭 사상가 도슨은 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가 만나지 않을 수 없는 큰 위기는 폭력에 의한 박해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에 의해 고취된 공론의 중압 때문에…이같은 사태는 일찍이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한 번도 사회생활의 모든 부문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

피지배자의 마음에 공감이나 숭배를 불러일으키기

미국의 정치학자 메리엄은 피지배자의 심성에 대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단을 미란다로 부르고 있다. 미란다란 일반적으로 피지배자에게 지배자 혹은 지도자에 대한 숭배,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즉 군주가 신으로부터 유래한다든가 가뭄 때 하늘에 기도하여 비를 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든가 하는 신화 혹은 군주의 권위를 치장하기 위한 다양한 의식 같은 것은 모두 미란다이다. - 419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

지배 권력의 강도와 피지배 집단의 자발성, 능동성

정치가 인간의 조직화 행위인 한, 정치가 대상으로 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인간집단이다. ,,, 그런데 지도나 지배에서 필요로 하는 정치권력의 강도는 말할 것도 없이 그 대상이 되는 집단의 자발적, 능동적 복종의 정도와 반비례한다. … 그런데 여기에 많은 경우 상호작용이 일어나 구성원에 대한 조직화 작용이 강제력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면 클수록 구성원의 자발적, 능동적 계기는 옅어지고 원심적 경향이 강해진다. - 417 위에서 본 것과는 거꾸로 정치단체 내부의 조직화에서 구성원의 자발적 협력의 요소가 극대화되면 권력의 행사는 완전히 사용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그것이 행사되지 않는 상태가 항구화되면, 마침내 퇴하의 법칙에 의해 권력 그 자체가 쇠멸해버리고 만다. 무정부주의나 사회주의가 최종적으..

지배자에 대한 동조화

거기서 스탈린 이론은 프롤레타리아트의 조직적 단결의 상징으로서 기능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진영 내에서의 ‘이론’에 대한 어떠한 의혹도 단결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다루어졌던 것이다. 당의 노선으로부터 편향되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와 경계가 있는 곳에서는 사상과 언론의 상부에 대한 동조화 경향은 끊임없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각국 당원의 당간부에 대한 동조화는 당 간부의 사회주의 조국 소련에 대한 동조화로, 그것은 다시 소련공산당의 최고권위에 대한 동조화로까지 상승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이구동성화’의 이면에는 “사회주의 국가들에서의 중대한 부정을 말하는 그런 정보는 무엇이든 믿기를 거부하고, 그와 같은 정보는 중상이라 생각”(데니스, 앞의 논문)는 식인데, 이 또한 공통된 경향 -3..

대중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 상실을 받아들일 때

대중국가를 기반으로 한 파시즘은 거의 반드시 민주주의 에너지로부터 ‘대중참여’라는 계기를 훔쳐서, 그 집단적 압력으로 개인의 고유한 권리로서의 기본적 인권을 압살해나간다. 대중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 상실을 환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단순한 낙관주의는 파시즘에 의한 ‘대중(mass)의 제도화’라는 마술 앞에는 맥없이 붕괴된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최근의 역사로부터 배운 최대의 교훈이라 할 수 있을 것 - 354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

지배와 폭력, 인간의 열정과 격정

파시즘에 대한 저항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폭력과 잔학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강제적 시멘트화를 그야말로 비이성적인 격정을 동원하여 민주적인 외형 하에서 수행하고, ‘합의에 의한 지배’라는 근대적 원리를 어느 틈인가 ‘획일성에 의한 지배’로 슬쩍 대체한 점에 있는 것이다. - 348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

인간/정신 획일화/동일화와 지배

파시즘의 강제적 동일화와 시멘트화…이른바 내면으로부터의 획일화를 밀고 나간다는 점에 큰 특색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대중의 불만을 한편으로는 특정한 속죄양(공산주의자, 유태인, 흑인, 가상적국)에 집중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만을 스포츠, 영화, 오락, 집단여행 등에 의해 무산시킨다. - 348 파시즘의 모든 이데올로기는 반혁명과 전쟁에 대한 동원, 그 전제로서의 국민의 강제적 동질화라는 목적에 ‘계통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것 - 349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 https://youtu.be/6IN2PBIEVSI?list=LL

군국주의, 심리 상태나 정신의 문제

군국주의軍國主義militarism…”한 국가나 한 사회의 전쟁 또는 전쟁 준비를 위한 비려와 제도가 반영구적으로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고,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국민생활의 다른 모든 영역을 군사적 가치에 종속시키는 그런 사상 내지 행동양식”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334 군국주의는 이미 오만하게 대중을 깔보아서는 안되며, 오히려 모든 힘을 다해서 대중에게 자신을 선전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지 않으면 안된다. … 말쑥한 군복,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급장이나 훈장, 화려한 군악대-이들은 전투의 실용적인 목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대중의 허영심을 부채질하여 ‘우리의 군대’에 대한 자부심과 선망을 고취시킬 필요에서 만든 것이다. 군대적인 조직-그 엄중한 위계질서, 권위주의, 명령에 대한 민첩하고 무..

내셔널리즘, 의식과 감정, 정신의 구조

내셔널리즘은 역사적 상황에 따라 혹은 동경 내지 고무의 감정을, 혹은 증오 내지 혐오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개념 하에 한편에서는 자유와 독립이, 다른 한편에서는 억압과 침략을 의미하고 있다. … 우선 정의를 내려본다면, 내셔널리즘은 어떤 네이션nation의 통일, 독립, 발전을 지향하여 밀고나가는 이데올로기 및 운동이다. 따라서 내셔널리즘 개념의 다양성은 네이션이라는 범주의 다양성 내지 애매함과 서로 얽혀져 있다. 그러나 내셔널리즘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네이션의 주체적 계기라고도 불리고 있는 민족의식에 다름 아니다. 내셔널리즘은 이렇게 민족의식이 일정한 역사적 조건 하에 단순한 문화적 단계로부터 정치적인-따라서 ‘적’을 예상하는 의식과 행동으로까지 고양될 때 비로소 출발하게 된다. 내셔널리즘의..

인간의 연대를 파괴하고 고립시킨 뒤 새롭게 재조직하는

SS나 SA는 당 수뇌도 꼼짝 못하게 하는 ‘급진성’을 발휘했는데, 잽싸게 모든 반대파를 때려눕히는 데는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보배였다. 노동자 계급을 비롯해 민중의 모든 자주적 조직을 분쇄하여 그것을 모래와 같이 하나하나 따로노는 ‘대중’으로 해체하지 않으면, 안으로 계급투쟁을 ‘절멸’시키고 밖으로 제국주의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사회적 시멘트화는 불가능하다. - 313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 사회단체든 노동조합이든 정당이든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던 사람들을 이리저리 찢어놓고 고립된 상태로 만들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한 뒤에 자신들이 원하는 집단 속으로 다시 모이게 하는. 지배와 폭력 인간의 도구화 개인과 집단의 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