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 1642

파시즘, 그리고 불안, 증오, 공포, 고립...

1949년 여름의 픽스킬 사건-유명한 흑인가수이자 평화운동의 유력한 추진자 폴 로브슨의 콘서트에 대한 조직적인 폭력 사건-을 그 와중에서 상세하게 목격했던 작가 하워드 패스트의 리포트에 의하면, “이곳의 젊은이들은 일도 없으며 장래도 없다는 이곳의 강변 마을에서 성장한다-말하자면 말하자면 타락하여 사악한 길에 빠진 프티부르주아적인 외형을 가진 사람이 된다. … 그들은 세상의 고난으로 뒤틀려져 있지만, 그런 고난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을 어디로 어떻게 이끌어가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오로지 증오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 이들 폭도들은 보안관이나 주 경찰의 공공연한, 그리고 은근한 비호를 받으면서 한 잔 마신 기분으로 손에 피스톨, 곤봉, 돌을 들..

환상과 공포, 지배와 폭력

“우리 시대의 유혹은, 본래 참기 어려운 것을, 다만 보다 더 나쁜 것의 도래를 두려워하는 나머지 받아들이는 것이다(h. rauschning) 공포에 사로잡힌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에 시달린다. 역사는 환상이 현실을 탄생시키는 수많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파시즘이야말로 틀림없는 공포의 아들이며, 또한 그것을 낳은 어머니이기도 한 것이다. - 304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 유대인들이 독일인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거라거나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을 독살시키려한다거나 좀비가 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거라는 환상과 공포에 사로잡혀 멀쩡하고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두들겨 패고 욕을 퍼부으며 죽이는.

법이나 의회를 통한 지배의 의미

파시즘의 지배가 근대 헌법이나 의회제도의 공식적인 정지 내지 폐지를 수반하는가, 아니면 그런 입헌적 형태를 유지하면서 진행되는가 하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역시 원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런 제도의 한계 효용의 문제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의회제가 혁명의 교두보가 된다면 그것은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경우처럼 폐기될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의회제(좁은 의미의 의회내각제만이 아니라 대통령제를 포함하여)가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인 이유로 그런 위험에서 벗어나 있고 의회에서 반혁명세력이 압도적인 다수를 점하고, 그런 상황이 당분간 변화하지 않을 전망이 있다면, 의회제가 각별히 파시즘의 진전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 나치스가 바이마르체제 하에서 합법적으로 권력을 확립했다는 전설을 아직도 ..

반혁명 운동으로써의 파시즘, 그리고 혁명이나 변화를 거부하는 운동

파시즘은 20세기에서 반혁명counter-revolution의 가장 첨예한 그리고 가장 전투적인 형태이다. … 따라서 반혁명의 집중적인 표현으로서의 파시즘은 혁명적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며 반드시 공산주의에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파시즘에서 공산주의와 공산당이 무엇보다 제1의 적이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각국의 역사가 보여주는 한, 무릇 공산당이 혁명적 상황의 가장 정력적이며 가장 전투적인 조직자-반드시 현실적인 조직자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조직자-로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일정한 상황 하에서 사회혁명의 최전위가 된다면, 지체없이 파시즘의 공격은 거기에 집중될 것이다. … 사회민주주의나 자유주의가 ‘혁명의 온상’으로 판단되는 한에서 그것은 배제되거나 통제되며, 그것이 거꾸로 혁명의 방파제..

권력 남용과 권력 중독

“권력은 그 본성상 그 행사자에게 위험한 것이다. 권력 신장의 필요한 근거가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동시에, 권력 남용에 대한 보장을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근거이기도 한 것이다” “사회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자는 그 누구든 간에 권력을 남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 1937년에 소련의 지도자가 “자신이 가진 힘의 볼륨volume에 중독되어, 준엄한 통제의 필요성이 사라진 후에도 절대권력을 붙들고 늘어질” 위험성에 대해서 말한 경고는 1943년의 에서 “자기 이외의 의견을 고려할 필요로부터 면역이 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로부터 반드시 중대한 오류가 발생한다. 그것은 무오류성이라는 치명적인 환상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그런 무오류성이라는 신화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그런 환상에 사로잡히게 되면 자신들을 평범..

과격하거나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국가주의운동 또는 정치운동

그런 반면 그것은 또 격렬한 시험을 거쳐 제국대학이나 육군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적 계서제를 순조롭게 올라가는 ‘수재’ 혹은 ‘유능한 친구’와 그와 같은 입신출세 코스에서 좌절당하거나 처음부터 단념한 ‘둔재’ 혹은 ‘무능한 친구’ 사이의 현저한 대조가 지방의 도처에서 나타나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후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운명을 체념하고 정체적인 지방생활의 평범한 일상성에 파묻혀갔지만, 보다 행동적이고 야심적인 몇몇은 그대로 순종적인 제국신민으로서의 생애를 보내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각각의 지방공동체에서 ‘전원의 협객’인 체하거나 아니면 경천동지할 만한 모험을 찾아서 ‘대륙낭인’으로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어느 쪽이건 간에 그들의 반역적인 정신은 점차로 그들을 일종의 무법자로 만들어갔으며, 그런 사람..

우익적인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또는 정신적 경향

여기서 현대 세계의 우익적인 국가주의에 거의 공통되고 있는 이데올로기 혹은 정신적 경향으로서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 1.다른 모든 충성에 대한 국가적 충성의 우선 2.평등과 국제적인 연대를 강조하는 사상이나 종교에 대한 증오 3.반전평화운동에 대한 반감과 ‘무력’에 대한 찬미 4.국가적 ‘사명’의 제창 5.국민적 전통, 문화를 외부의 사악한 영향으로부터 지켜내자는 호소 6.일반적으로 권리보다 의무, 자유보다도 질서의 강조 7.사회적 결합의 기본적 유대로서의 가족과 향토의 중시 8.모든 인간관계를 권위주의적으로 편성하려는 경향 9.’정통적’인 국민종교 또는 도덕의 확립 10.지식인 혹은 자유직업인에 대해서, 그들의 파멸적인 사상 경향의 보급자가 되기 쉽다는 이유로 인해 경계와 시의의 생각을 품는 경향 ..

지배자의 선택을 수용하고 따라가는

이렇게 생각해보게 되면 자연히 우리 일본국민의 ‘현실’관을 형성하는 세번째 계기에 이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그때그때의 지배권력이 선택하는 방향은 훌륭하고 ‘현실적’이라 생각되며, 그것에 대한 반대파가 선택하는 방향은 쉽게 ‘관념적’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십상이라는 것입니다….우리 사이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사대주의와 권위주의가 여기에 유감없이 드너라고 있습니다. - 221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

애국심이나 내셔널리즘이 인간을 억압하고 진보를 가로막을 때

일본의 구내셔널리즘의 가장 눈부신 역할은 앞에서 말했듯이 모든 사회적 대립을 은폐 혹은 억압하고, 대중의 자주적 조직의 성장을 멈추게 하며, 그 불만을 일정한 국내외의 속죄양에 대한 증오로 전환시키는 데 있었다. 만약 앞으로 국민의 애국심이 다시 그런 바깥으로부터의 정치목적을 위해 동원된다면, 그것은 국민적 독립이라는 무릇 모든 내셔널리즘에서의 지상 명제를 포기하고, 반혁명과의 결합이라는 과거의 가장 추악한 유산만을 계승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215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 똑같이 태극기를 흔들며 거리를 행진한다 해도 일본의 지배에 저항하며 3.1운동에 참여한 조선인들의 모습과 지배 체제나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같은 곳에서 몰려다니는 것은 다르겠지요...

계층적 질서와 집단적 통제, 고립감과 무력감의 치유

예를 들면 전쟁 직후의 사회적. 경제적 혼란 속에서 이르는 곳마다 ‘한 밑천 잡으려는 사람이나 불법상인 집단이 생겨나고, 또 지방에는 무슨무슨 패거리組, 무슨무슨 일가 등의 반폭력단체가 광범하게 배출 혹은 부활되어, 그들이 신쥬쿠의 오즈구미나 신바시의 마쯔다구미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적으로 경찰 기능을 대행하는 그런 현상을 드러냈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은데, 그런 집단에는 많은 제대군인들이 흡수되어갔다. 그런 이른바 ‘반사회집단’은 대체적으로 오야분(우두머리)-코분(부하)의 충성관계와 군대와 비슷한 조직적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만큼 중심적인 상징의 붕괴로 생겨난 대중의 심리적 공백을 메우는 데 아주 적합하며, 그 계층적 질서와 집단적 통제에 복종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으로부터 오는 고립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