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지배.착취.폭력-여러가지 1405

지배와 격리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이해대립에 기초한 긴장관계가 모든 지배 형태의 결정적인 계기 … 지배관계에서는 그 사회에서의 물질적 정신적 가치를 지배자가 점유하고, 피지배자의 그것에 대한 참여를 가능한 한 배제한다는 요소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그 배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배자는 물리적 강제수단(군대, 경찰)을 조직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지배자는 그런 가치로부터 피지배자를 격리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발명해왔다. 피지배자와의 사이에 문자 그대로 공간적 거리(양자의 거주지의 격리로부터 시작하여 식탁의 구별-식탁에서 계급이 나누어진다는 속담이 독일에는 있다-에까지 이르고 있다)를 설정하고, 서로 다른 신분 사이의 교통을 금지하는 것은 가장 흔히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양자의 ‘교통’..

국가의 가치와 국가에 대한 제한

그 결과 영국과 미국에서는 국가권력은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결코 무제한이 아니라 그것이 일정한 법적 제한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그 법의 구속력은 궁극적으로 보편적인 윤리적 종교적 가치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그런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으로 되었다. 이에 비해 독일에서는 국가는 최고의 가치이며, 그 존립의 필요를 위해서는 국제법이나 개인도덕적 규준도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사상이 헤겔로부터 비스마르크, 트라이치케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흔히 독일이 악명높은 군국주의적, 권력국가적 전통의 사상적 반영으로 지적되는 까닭이 바로 그것이다. - 459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

정치권력, 인격과 양심

어떠한 정치권력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권력인 한 인간의 양심의 자유로운 판단을 짓밟고 가치의 다원성을 평준화시키고, 게다가 강제적인 편성을 들이댈 위험성으로부터 완전히 면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권력이 구사하는 기술적 수단이 크면 클수록 그것이 인격적 통일성을 해체해서 그것을 단순히 매커니즘의 기능화로 만들어버릴 위험성 역시 커진다. 권력에 대한 낙관주의는 인간에 대한 그것보다도 몇 배나 위험하다.- 424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

정치, 개인의 정신이나 심성까지

바야흐로 개인의 외부적 물질적인 생활만이 아니라 내면적 정신적 영역의 구석구석까지 정치가 스며들게 되었다. 라디오를 틀게 되면 라디오에 하나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들어 있다. 신문을 보면 신문 역시 그런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기사를 쓰고 있다. - 421 특히 서유럽에서 종교와 정치라는 문제가 현재 모든 내면생활을 포함시키려고 하는 ‘정치화로의 경향’의 집중적인 표현으로서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카톨릭 사상가 도슨은 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가 만나지 않을 수 없는 큰 위기는 폭력에 의한 박해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에 의해 고취된 공론의 중압 때문에…이같은 사태는 일찍이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한 번도 사회생활의 모든 부문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

피지배자의 마음에 공감이나 숭배를 불러일으키기

미국의 정치학자 메리엄은 피지배자의 심성에 대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단을 미란다로 부르고 있다. 미란다란 일반적으로 피지배자에게 지배자 혹은 지도자에 대한 숭배,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즉 군주가 신으로부터 유래한다든가 가뭄 때 하늘에 기도하여 비를 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든가 하는 신화 혹은 군주의 권위를 치장하기 위한 다양한 의식 같은 것은 모두 미란다이다. - 419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

지배 권력의 강도와 피지배 집단의 자발성, 능동성

정치가 인간의 조직화 행위인 한, 정치가 대상으로 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인간집단이다. ,,, 그런데 지도나 지배에서 필요로 하는 정치권력의 강도는 말할 것도 없이 그 대상이 되는 집단의 자발적, 능동적 복종의 정도와 반비례한다. … 그런데 여기에 많은 경우 상호작용이 일어나 구성원에 대한 조직화 작용이 강제력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면 클수록 구성원의 자발적, 능동적 계기는 옅어지고 원심적 경향이 강해진다. - 417 위에서 본 것과는 거꾸로 정치단체 내부의 조직화에서 구성원의 자발적 협력의 요소가 극대화되면 권력의 행사는 완전히 사용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그것이 행사되지 않는 상태가 항구화되면, 마침내 퇴하의 법칙에 의해 권력 그 자체가 쇠멸해버리고 만다. 무정부주의나 사회주의가 최종적으..

지배자에 대한 동조화

거기서 스탈린 이론은 프롤레타리아트의 조직적 단결의 상징으로서 기능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진영 내에서의 ‘이론’에 대한 어떠한 의혹도 단결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다루어졌던 것이다. 당의 노선으로부터 편향되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와 경계가 있는 곳에서는 사상과 언론의 상부에 대한 동조화 경향은 끊임없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각국 당원의 당간부에 대한 동조화는 당 간부의 사회주의 조국 소련에 대한 동조화로, 그것은 다시 소련공산당의 최고권위에 대한 동조화로까지 상승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이구동성화’의 이면에는 “사회주의 국가들에서의 중대한 부정을 말하는 그런 정보는 무엇이든 믿기를 거부하고, 그와 같은 정보는 중상이라 생각”(데니스, 앞의 논문)는 식인데, 이 또한 공통된 경향 -3..

대중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 상실을 받아들일 때

대중국가를 기반으로 한 파시즘은 거의 반드시 민주주의 에너지로부터 ‘대중참여’라는 계기를 훔쳐서, 그 집단적 압력으로 개인의 고유한 권리로서의 기본적 인권을 압살해나간다. 대중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 상실을 환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단순한 낙관주의는 파시즘에 의한 ‘대중(mass)의 제도화’라는 마술 앞에는 맥없이 붕괴된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최근의 역사로부터 배운 최대의 교훈이라 할 수 있을 것 - 354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

지배와 폭력, 인간의 열정과 격정

파시즘에 대한 저항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폭력과 잔학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강제적 시멘트화를 그야말로 비이성적인 격정을 동원하여 민주적인 외형 하에서 수행하고, ‘합의에 의한 지배’라는 근대적 원리를 어느 틈인가 ‘획일성에 의한 지배’로 슬쩍 대체한 점에 있는 것이다. - 348 - 마루야마 마사오, , 한길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