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지배.착취.폭력-여러가지 1405

숭배와 증오, 공격과 박해

어떤 러시아 작가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범슬라브주의는 “서구에 대한 무자비한 증오심과 러시아적인 모든 것에 대한 병적인 숭배를 발생시켰다…우주의 구원은 아직 가능하지만 오로지 러시아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곳곳에서 자신들의 이념의 적들을 보았던 범슬라브주의자들은 자신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모든 이들을 박해했다. - 470 - 한나 아렌트, , 한길사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숭배하고 악마라도 되는 것처럼 증오하고

증오. 이데올로기. 폭력

반유대주의가 전체적인 인생관과 세계관의 중심으로…갑자기 출현하게 된 중요한 이유는 정치적인 사실이나 정황에 있다기보다 종족주의의 성격에 있다. 범민족 운동의 반유대주의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유대인 증오가 처음으로 유대 민족과 관련된 실질적 경험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경험들과 분리되어 오로지 이데올로기의 고유한 논리를 따른다는 것이었다. - 442 - 한나 아렌트, , 한길사 내가 직접 만나고 인사도 나눴던 사람이 구체적으로 살아 있는 생명으로써의 의미는 잃고 이데올로기 속에 파묻히고, 그 속에서만 존재하는 생명도 존재의 의미도 잃어버린 그저 죽여야 하고 없애버려야 할 악마가 되고 빨갱이가 되고

전설을 이용한 역사의 설명

전설은 언제나 역사를 만드는 데 강력한 역할을 했다 . … 자기 미래의 운명을 풀 비밀 열쇠를 감춘 듯한 과거에 대한 설명과 해석을 요구한다. 전설은 미래의 무한한 공간을 통과할 때 안전하게 인도할 것을 기약하는, 모든 고대 도시와 제국, 민족의 영적인 토대였다. 전설은 한 번도 사실을 확실하게 말하지 않지만 항상 자신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현실 너머의 진리, 기억 저편의 회상을 제공한다. 역사의 전설적 설명은 사실과 실제 사건의 뒤늦은 수정으로 작용한다. … 고대 전설의 진리-전설이 섬겼던 도시와 제국과 민족이 먼지로 사라진 지 수세기가 지난 후에도 전설에 매혹적인 현실성을 부여하는 진리-는 과거의 사건을 일반적으로는 인간 조건에, 특수하게는 정치적 야망에 부합하게 만드는 형식에 불과한 것이다. - 4..

폭민과 인종주의, 피지배자에서 지배자로

혜택받지 못한 집단은 순전히 폭력을 통해 자신보다 더 낮은 계급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런 목적을 위해 혁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배 계급 집단과 단결이 필요하며, 이민족이나 뒤떨어진 민족들이 그런 전술에 최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경험의 완전한 충격을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은 카를 페터스와 같은 폭민 지도자들이었다. 페터스는 폭민들도 지배 계급에 속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 여기서 그들은 국민이 인종을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았고 이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자신의 국민을 지배 인종의 위치에 밀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405 - 한나 아렌트, , 한길사 이전에 자신이 속해 있던 사회/집단에서는 지위가 낮거나 가진 것이 많지 않았는데 식민지나 아프리카 등 다른..

우월한 인종/집단이라는 의식/정서

고비노가 정치에서 실제로 찾고자 했던 것은 귀족정치를 대체할 수 있는 ‘엘리트’의 규정과 창출이었다. 군주 대신 그는 ‘군주의 종족’인 아리안족을 제안했다. 그는 아리안족이 민주주의를 통해 나타난 열등한 비아리안족에 의해 침몰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 이 아리안족을 다른 사람들을 지배할 운명을 가진 자연적인 귀족계급의 구성원으로 규정해주었다. … 인종 이데올로기 자체의 수용은 한 개인이 ‘좋은 혈통’을 가졌다는 주장, ‘귀족의 피’가 그의 몸에 흐른다는 주장 그리고 기원의 우월성은 권리의 우월성을 함축한다는 주장의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다. 그래서 백작은 하나의 정치적 사건, 즉 귀족을 몰락에서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결론을 끄집어 낸다-인간종의 몰락과 새로운 선천적 귀족의 형성을 - 352 ..

지배와 피지배, 강자와 약자

귀족의 기준으로 혈통의 순수성을 고집한 자는 아담 뮐러였고, 권력자가 권력을 빼앗긴 자를 통치한다는 명백한 사실을 약자는 강자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자연법으로 기술함으로써 사실의 범위를 넘어선 사람은 할러였다. 물론 귀족들은 자신들의 권력 강탈이 합법적일 뿐 아니라 자연법과도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 347 - 한나 아렌트, , 한길사 권력과 지배의 문제 자연과 사실의 문제 조선인이 일본의 지배를 받고 유대인이 독일의 지배를 받은 것은 권력과 지배의 문제이지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런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법칙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며 힘이 강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때리고 죽여도 된다는 당위나 도덕적 판단 같은 것이 있는 건 아님. 힘센 놈이 몽둥이를 들고 지..

민족/인종/국민이라는 의식/사상의 탄생/발명

1809년까지 나라의 여러 제후 가운데 가장 큰 땅을 소유한 대지주인 프로이센 왕은 개혁자들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귀족들 가운데 1인자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므로 인종사상은 귀족계급의 밖에서, 독일어권 민족들의 통일을 원하기 때문에 공통의 기원을 주장하던 특정한 민족주의자들의 무기로 발전했다. … 공통의 기원이 공통의 언어에 의해 규정되는 한 인종사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1814년 이후에야 비로소 이런 공통의 기원이 종종 ‘혈연관계’, 가족의 유대나 종족의 통일이라는 용어 또는 순수한 혈통과 같은 용어로 서술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 사람들을 국민의 신분으로 끌어올리는데 실패함으로써, 즉 공통의 역사적 기억이 없고 미래의 공동 운명에 대해 모두가 냉담한 가운데 자연주의적 호소..

폭민의 통합, 국가와 이데올로기

우리가 홉스의 끝없는 권력 축적 과정에 갇혀 있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되었다면, 폭민 조직은 불가피하게 국가를 종족으로 전환하는 형태를 취할 것이다. 왜냐하면 권력 축적과 팽창 과정에서 다른 인간과의 자연적 관계를 모두 상실한 개인들을 통합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끈이 축적 사회의 조건에서는 달리 없기 때문이다. - 327 - 한나 아렌트, , 한길사 국가든 민족이든 정당이든 교회든 인종이든 성性이든 어느 집단에 속해 있거나 어느 집단에 속해 있다고 느끼며 자유와 평등, 존중과 배려와 같은 가치보다는 적과 동지, 투쟁과 승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모이고 관계를 맺고 조직을 만들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행진을 하고 전쟁에 나서는 그렇게 그들은 '우리'가 되고 '하나'가 되고 그렇게 그들은 다른 인간이나..

국민 통합과 인종/민족의 단일성

독일에서 인종사상은 구 프로이센 군대가 나폴레옹에게 패배하기 전까지는 발달하지 못했다. 이 개념은 귀족과 그들의 대변인보다는 프로이센의 애국자들과 정치적 낭만주의 덕분에 발생했다. 시민전쟁의 무기이자 국민을 분열시킨 프랑스의 인종사상과는 대조적으로 독일의 인종사상은 외국의 지배에 대항하여 국민을 통합하려는 노력에서 고안되었다. 그 고안자는 국경 너머에서 동맹군을 찾지 않았으며 국민들에게 공통의 기원에 대한 의식을 일깨우기를 원했다. - 340 - 한나 아렌트, , 한길사 지배하기 위해 한 패거리로 만들기 위해 인종을 내세우거나 민족을 내세우거나 천황을 내세우거나 총통을 내세우거나 그냥 단순히 단일하다는 생각정도에 그치면 모르겠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우월하고 너네는 열등하니 우리가 너희를 지배하는 것..